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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세대를 말한다)⑥오영식 "치열함은 사라지고 기득권에 안주"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민주주의 퇴보…무력감과 책임감 느껴"
입력 : 2015-06-16 오전 10:00:00
◇사진/오영식 의원실
 
-87년 당시보다 지금의 민주주의가 더 후퇴했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주의 후퇴와 함께 경제 침체 속에서 양극화는 심화됐고 정의는 사라졌다. 통합이 아닌 분열, 화합이 아닌 갈등이 만연하다. 우리 세대가 80년대 민주화 운동에 대해 자부심이 크지만, 지금 제대로 잘하고 있는냐에 대해서는 회의와 갑갑한 마음이 많다.
 
-학생운동을 시작한 계기와 '80년대'가 갖는 의미는.
 
▲열심히 공부해서 출세하고 효도하겠다는 마음을 가진 평범한 학생이었다. 법학과에 들어가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꿈도 있었다. 하지만 그 시절은 지금과는 달랐다. 부당한 현실 앞에 침묵할 수 없어 적극적으로 학생운동에 뛰어들었고 '민주주의'와 '보다 나은 민중의 삶'을 외치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싸웠다. 그때는 그게 전부였다.
 
80년대가 내게 주는 의미는 80년 광주의 진실과 군사독재, 폭력, 거짓, 그리고 민주주의와 남북통일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80년대는 광주항쟁의 시발로 국민 항쟁의 시대로 접어든 시점이다. 역사라는 것은 물론 어느 한 시점에서 완성되는 게 아니고 후퇴도 하고 훼손되기도 한다. 민주주의도 계속 전진의 길을 가야 한다. 민주주의적 가치를 지키고 심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비판의식과 실천이 필요하다는 점을 배웠다.
 
-이후 진로는 어떻게 결정했나.
 
▲대학 다니던 1988년부터 1992년까지 학생운동 한다고 감옥도 두 번 다녀왔다. 출소하니까 막막했다. 처음에 노동운동을 하려고 했지만 학생운동으로 신분이 노출돼 어려웠다. 그래서 잠깐이나마 수유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노점상을 했다.
 
90년대 이후 사회가 많이 변했는데 조금 더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 대학교 때 제대로 못한 공부를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98년 고려대 경영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시민운동을 계속 했는데 당시 정치권이 추구하는 혁신과 우리들의 고민이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있었다. 2000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을 만들 때 '젊은 피 수혈' 차원에서 나를 불렀고, 신당에 참여했다.
 
-벌써 3선, 지금은 당 최고위원이다. 16대 총선을 통해 국회로 진출했는데, 가장 오래 남았다. 
 
▲젊은 피 수혈로 86세대들이 대거 정치권에 입문했다. 국민들이 우리에게 사회의 낡은 관행과 틀, 기존 정치질서를 개혁하고 새로운 정치문화를 창출해달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치적 부침도 있었고 담론에 한계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86세대는 정책에 무능하다는 비판도 그래서 나왔다. 국회로 입성한 86세대가 많이 남아있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80년대 시대정신이 민주화였다면 지금의 시대정신은 뭐라고 보나.
 
▲이념과 세대, 계층, 지역 등 다양한 갈등을 넘어 더불어 함께 잘 사는 것이다. 상생이 지금의 시대정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크게 보면 지구촌 전체의 상생이 되겠지만 한반도로 놓고 보면 남과 북의 상생, 다시 좁혀보면 노·사 간의 상생, 대·중소기업 간의 상생, 빈부와 세대·지역을 넘어선 상생이다. 정치권으로 축소해 보면 여·야 간의 상생이다.
 
나의 정치노선일 수도 있고 86세대에 부여된 임무일 수 있는데, 이 시대 진보적 가치를 합리적으로 실현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진보적 가치라는 게 시대마다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정의로운 사회가 무엇이냐'에 대한 물음에는 국민 다수가 바라는 방향이 있다. 그걸 시대정신이라고 표현한다면 86세대가 그쪽으로 당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86세대 정치인 개개인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지지도가 낮다.
 
▲86세대의 한 명으로서 제 역할을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 인정하고 반성한다. 80년대를 살았던 진정성과 치열함, 절박함은 사라지고 기득권에 안주하는 모습으로 비춰졌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 86세대 동지 몇몇을 보면 '저 친구는 안 그럴 텐데' 했던 이가 기득권에 안주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남 탓할 게 아니라 당장 나부터 반성할 부분이다.
 
특히 정치권에 들어온 소수가 80년대를 함께 호흡하고 살아가는 동시대의 다수와 조금 더 교감하지 못한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계파주의 문제에는 굳이 변명하자면 계파 자체가 목적이었다기보다 동시대 민생들을 대표하고 정치개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했던 정치적 행동들이 그렇게 비춰진 측면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정책에 대한 고민은 했지만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데 서툴렀음을 인정한다. 우리사회의 문제, 갈등을 해소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하라는 기대에 부응을 못했다. 비정규직 문제나 전·월세 문제 등 서민들이 생활 속에서 직접 겪는 문제들을 정치에서 공론화시키지 못하고 비전을 제시하거나 실제로 해결하는데 게을렀다.
 
-86세대가 정작 제도권에 들어가더니 개혁성을 잃어버렸고 시대적 소명과 제 역할을 못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타당한 지적이다. 뼈 아픈 반성을 하고 있다. 80년 당시 시대의 화두이자 가치였던 민주화를 위해 희생했던 86세대라면 반드시 기성 정치권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낼 것이라고 많은 분들이 기대했지만 기존 정치권의 높은 장벽을 허물어뜨리는데 부족했다. 어느 새 기존의 언어를 사용하고 관행에 안주하기 시작했다.
 
늘 지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 가치와 철학에 따라는 정치활동에 매진할 것이고, 민생 현장 속에서 진보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을 최우선에 두고 활동하겠다. 최소한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 후배 정치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겪으면서 국민적 실망이 크지만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는 흔들림이 없다.
 
▲ 이명박, 박근혜정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민주주의의 퇴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민주주의를 제약했던 많은 악법이나 제도, 그 운용을 뒷받침했던 관행과 의식, 그리고 사람에 대한 청산이 완전히 이뤄지진 못했지만 절차적·형식적 민주주의를 달성하는 등 매우 큰 영향을 끼친 일들이 많았다. 이를 통해 문민정부가 들어섰고, 개발과 성장 중심에서 분배의 조화와 삶의 질을 고민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최근 7~8년 사이 이 모든 것들이 거꾸로 가고 있다.
 
국정원 대선 개입 논란, 간첩 조작 사건 등 최근 민주주의가 후퇴를 넘어 거꾸로 가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는 것은 우리 세대들에게는 매우 참기 어려운 일이다. 사회의 구성원이자, 국회의원의 일원으로서도 무력감과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최병호·이순민 기자 choibh@etomato.com
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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