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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세대를 말한다)왜 다시 '86세대'인가!
①86이 바라본 86…“아직 놓을수 없다” vs “개인 출세만 생각”
입력 : 2015-06-16 오전 10:00:00
왜 다시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인가. 87년 6월 민주항쟁을 이끌며 군사독재의 종식을 고했던 이들이 어느새 한국사회의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변혁의 상징이었던 '386'은 시간의 흐름 속에 '486', '586'으로 노화됐다. 이념과 명분은 이해와 실리라는 한계에 부딪혔고, 때로는 변절을, 때로는 순응을 낳으며 노화성 보수주의로 귀결됐다. 개혁을 주창했던 세대가 이제는 견고한 기득권이 돼 개혁의 대상이 됐다. 시간은 역설을 낳았지만, 이들로부터 희망을 발견하지 못하는 한 우리사회의 미래는 없다. 86을 다시 끄집어낸 이유다. [편집자]
 
◇1987년 7월9일 서울시청 앞에 모인 이한열 열사 장례식 행렬. 사진/뉴시스
 
"지금 상황은 386세대에게 기회이자, 위험이다!"
 
한상진 서울대 교수는 86세대가 제도권에 본격 등장한 지난 2003년 <386세대, 그 빛과 그늘>이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86세대가 권력의 민주화를 이끄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했다. 동시에 자만과 타성에 빠지는 권력 특성상, 한낱 이미지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불행히도 경고는 현실이 됐다. 한발 더 나아가 개혁의 포장 속에 기득권과 손잡고 이해를 챙기는 기회주의 표상으로 전락했다. 제도권 밖에서 일반 시민으로 살아가는 86세대의 평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때 운동권에서 동고동락했던 이들이 바라보는 86에 대한 눈길은 실망과 연민으로 가득 찼다.  
 
◇보험회사에 다니는 김희준(46)씨는 “86세대 정치인은 더 이상 개혁세력이 아니다”고 단정했다.
 
"개혁보다 밥그릇과 자리에 연연"
 
보험회사에 다니는 김희준(46)씨는 90년대 후반 기대감에 부풀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젊은 피 수혈론'을 내세우며 86세대를 대거 영입할 때였다. 김씨는 학생운동 중심에 섰던 이들이 정치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거리에서 같이 뛰었던 선배이자, 동지였다. 개혁도, 소통도 남다를 거라고 믿었다. 그는 "한국 사회의 틀을 바꿔주길 바랐다"고 말했다.
 
남은 것은 실망이다. 김씨는 "학생운동 시절의 결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기존 정치권 틀에 갇혀버렸다"며 "노선이 선명하지 않았다. 심지어 경제민주화, 국가보안법 철폐 등의 사안에서는 보수적 색채를 띠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86세대는 2000년대로 접어들며 세대교체의 기수로 떠올랐다. 권위주의, 지역주의에 사로잡힌 정치판의 구원투수였다. 국민의 정부에서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국회와 청와대에서 요직을 차지했다. 권력은 오래 가지 못했다. 제도권에 순응 혹은 야합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김씨는 "개혁보다 밥그릇과 자리에 연연한 결과다. 86세대 정치인은 더 이상 개혁세력이 아니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도 “기대를 접었지만, 아직 놓을 수 없는 이들"이라고 말했다.
 
87년 6월항쟁을 통한 '승리의 경험'은 86세대에게 '정치적 자산'이었다. 조직적 학생운동이 이어지면서 명망가도 속속 등장했다. 하지만 젊은 나이는 강점이면서 약점이었다.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 현실 정치권은 높은 벽이었다.
 
강상원(47) 평택평화센터 소장은 "제도권 세력은 견고하기 때문에 단순히 몇 명이 들어간다고 해서 바뀌진 않는다. 상층부보다는 저변에서 시민사회를 다지는 일이 중요했다"며 "86세대 정치인들은 개인의 출세, 명예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6·10 민주항쟁 28주년을 맞은 지난 10일 강상원(47) 평택평화센터 소장은 "청년들의 탈정치화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86세대 역시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먹고사는 문제 절박, 사회문제 관심 멀어져"
 
"86세대도 지금의 청년세대 못지않게 개인주의화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이번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나와 내 가정은 내가 지킨다’는 생각만 강해졌다."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가 생활협동조합 활동을 하는 오경아(47)씨는 86세대의 지향도 시대 흐름에 따라 바뀌었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고 공동체를 중시했지만, 지금은 먹고사는 문제가 우선순위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정치에 대한 관심도 멀어졌다.
 
오씨는 "86세대는 샌드위치 신세다. 자녀를 교육시키고, 부모를 부양하면서 노후도 챙겨야 한다"며 "이럴수록 사회에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체념과 냉소로 흐르고 있다. 더 이상 진보, 또는 개혁적이라고 보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86세대가 사회 주류로 부상하면서 신자유주의가 경제 체제를 집어삼켰다. 기업이나 정치권으로 향하지 않은 운동권 출신은 학원가로 대거 진출하며 사교육 열풍도 이끌었다. 부동산과 주식에 가장 민감한 세대이기도 하다. 기존 정치에 물든 제도권 86세대만큼이나 생활인 86세대도 젊은 시절의 모습을 잃었다는 얘기다.
 
강 소장은 "살기 급급해지면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질 만한 여건 자체가 허락하지 않는다"며 "청년들의 탈정치화를 지적하지만, 86세대 역시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자성했다.
 
◇생활협동조합 활동을 하는 오경아(47)씨는 "네 자녀를 교육시키고, 부모를 부양하면서 노후도 챙겨야 하는 86세대가 샌드위치 신세"라고 말했다.
 
"여전히 한국 사회의 소금 같은 존재"
 
86세대에겐 '민주화의 주역'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논문 <1980년대와 '민주화운동'에 대한 '세대 기억'의 정치>에서 "80년대는 직접 그 시대를 겪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여전히 강하게 살아있거나, 그 경험은 '상처'나 '영광' 그 자체"라고 분석했다.
 
86세대는 젊은 나이에 무거운 짐을 졌다. 민주화라는 값진 열매도 맺었다. 민주화운동에 이어 1990년대부터는 시민사회와 노동계, 협동조합 등의 영역으로도 활동 폭을 넓혔다. 정치와 기업 등의 간판을 달지 않고도 묵묵히 저변에서 우리사회를 이끌어가는 중추 역할을 해내고 있다. 
 
강 소장은 "86세대 정치인 모습을 세대 전체로 일반화해선 안 된다"며 "86세대는 사회 곳곳에서 바닷물이 썩지 않도록 만드는 소금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86세대가 짊어진 짐의 무게는 아직 줄지 않았다.
 
최병호·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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