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은퇴 시니어가 화두다. '해야 할' 또는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하는데 쉽질 않다. 대부분은 하릴없이 마냥 시간을 허비한다.
농촌에서 은퇴했거나, 귀향·귀촌한 시니어라면 평면적인 농촌의 생활환경 특성 상 자연스레 마을 공동체에 합류하게 된다. 늦어도 1년 이내에 거주하는 마을에서는 그가 뭐하던 사람이며, 무엇을 잘하며, 관심사항이 무엇이고, 취미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친구가 생기고, 덩달아 할 일도 생긴다.
문제는 도시 시니어다. 우리나라 도시 시니어는 은퇴해서 돌아갈 커뮤니티가 없다. 시니어 문제의 90% 이상이 은퇴한 도시 시니어가 돌아갈 곳이 없다는 데서 발생한다. 커뮤니티가 없으니 정보 교환을 통한 일자리가 생산되지 않으며, 만날 친구를 만들지 못해 외롭고, 이웃과도 담을 쌓고 집에만 있으니 부부싸움이 발전해 황혼이혼이 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나 각종 교육기관에서는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이 아주 원시적이고, 그마저도 전시행정 위주다.
전형적인 도시 시니어인 필자 역시 이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12년 전 은퇴를 해 좀 이른 나이에 시니어가 됐다. 아파트에 거주하며, 창업도 해봤고, 이런저런 부침을 거듭하며 살았다. 하지만 남은 것은 블로그 활동 기록이 전부다. 내 블로그에는 은퇴 후 12년 동안의 고뇌와 생각, 여가의 결과가 모두 기록으로 남아있다.
나는 퇴직 예정자들을 위한 은퇴 준비교육 때마다 블로그를 해볼 것을 적극적으로 주문한다. 퇴직 후에 어떻게 살지 걱정하지 말고, 우선 평소 직무에 대해 자기가 가진 전문지식을 블로그에 정리해 보라고 한다. 글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경우 SNS를 통해 사진만 찍어 올리거나 간단하게 글을 써도 된다고 말해준다. 사진과 글로 자신의 현재 업무나 자신 있는 분야를 정리해 가다 보면 본인이 그 분야 전문가임이 사람들에게 알려진다. 정리를 잘하면 은퇴 후 재취업에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자신감의 토대가 된다.
블로그를 하면 즐겁다. 어렵지도 않다. 누구나 한 시간이면 시작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도 두 시간이면 너끈하다. 내가 잘하는 전문분야 뿐 아니라 관심사항, 취미, 생활에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것들을 검색해 매일 축적해 갈 수 있다. 1년만 꾸준히 해도 어느 분야든 전문가 수준에 이르게 된다. 나의 재발견이다.
도시의 주거생활은 대부분이 아파트 담으로 꽉 막혀 있어 앞집에 어떤 사람이 사는지도 모른다. 은퇴했을 때 동네 아주머니에게 블로그 주소가 새겨진 명함 하나 내밀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 명함 때문에 동네 친구가, 또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멋진 동장이 동네의 시니어 블로거 모임이라도 이끌어 주면 나들이 갈 동네 커뮤니티, 마을회관도 생길 것 같다.
우리나라 도시는 세계에서 인터넷 환경이 제일 좋다. 아파트도 제일 많다. 서로가 마주하는, 그래서 외롭지 않은 우리 동네 시니어사회 모습을 그려본다.
김봉중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