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전산 오류를 이용해 거래를 했을 경우 손실이 났더라도 증권사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투자자 문모(40)씨가 A투자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46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문씨는 A사가 운영하는 HTS가 '주문가능금액 부족'으로 주문이 접수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주문이 접수되는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오히려 이를 이용해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주문을 했다"며 "이는 전자금융거래법이 규정하는 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A사의 HTS는 '주문가능금액 부족'으로 주문이 거절되는 경우 주문오류 경고창이 나타나 이용자가 주문이 거절됐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돼있다"며 "문씨 역시 본인이 주문하지 않았는데도 거래가 저절로 이뤄졌다는 취지의 이의를 제기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의 책임)는 전자적 전송이나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로 이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금융회사가 책임을 지도록 한다.
A사 증권영업직으로 근무하다 2006년 퇴직한 문씨는 A사의 HTS를 이용해 선물옵션거래를 해왔다. 문씨는 2011년 2월경 주문가능금액이 -5900만원이 돼 풋265 매도 주문이 접수될 수 없는 상태가 됐는데도 HTS 오류로 접수가 가능하자 추가로 매도 계약 주문을 계속해 총 287건 주문에 성공했다. 당시 위탁증거금총액은 무려 9억2000만원에 달했으나 예탁총액은 2900여만원에 불과했다.
문씨가 추가중거금을 내지 않자 A사는 문씨의 계좌를 청산해 충당했고, 이에 문씨는 거래전 평가금액과 입금액, 계좌를 청산하지 않았으면 얻었을 수익 등 총 1억7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앞서 2심은 A사의 책임을 70%로 보고 46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