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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소비회복 위해 가계부채 감축 필요한 시점
입력 : 2015-06-14 오후 12:00:00
지난 3월말 기준으로 국내 가계신용 규모는 1099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선진국과의 비교를 통해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대부분 위원들이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감을 표명한 점을 고려할 때 가계부채의 심각성이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한국의 가계부채 역사를 보면 2003년 카드대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가계부채는 211조원으로 명목 GDP 대비 39.8%에 불과했다.
 
그러나 경기부양을 위해 카드발급을 확대하고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을 아무런 통제 없이 무분별하게 허용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소비 진작으로 경기는 일시 회복됐으나 이후 가계 부실화라는 새로운 위기를 맞이했다.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던 2002~2007년 동안 가계부채 연평균 증가액은 34조원에 그친 반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 규모는 더욱 크게 증가했다. 정권교체 시기별 연평균 증가액을 보면 1997~2002년 56.5조원, 2008~2012년 59.7조원, 2013~2014년 62조원 등을 기록했다.
 
명목 GDP 대비 비중을 보더라도 2002년 64.9%, 2007년 63.8%, 2012년 70.0%, 2014년 73.2% 등을 기록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가계부채 문제를 한 차례 정리할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다. 미국, 유럽 등의 경우 디레버리징(부채 조정)을 통해 가계부채 문제를 일정부분 정리한 상태에서 경기회복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반면 우리는 어떠한가? 위기 당시 급격한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각종 경기부양책을 사용한 결과 단기간에 회복하는 저력을 보였으나 그 이후 정부는 금리인하와 함께 각종 규제를 완화해 부동산 경기회복을 유도한 결과 가계부채 규모는 이전보다 더욱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가계부채의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임을 고려할 때 부동산 정책이 가장 중요한데, 지나치게 경기부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향이 있다. 이유를 불문하고 현재 보유한 주택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들은 투기 목적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금융위기 이전에 주택을 구매한 사람들이 대부분 여기에 속한다.
 
저금리 현상으로 유동성 확보가 과거 어느 때보다 쉬운 상황에서 주택을 구매할 여력이 많지 않은 사람들에게 빚을 내서 집을 사라고 부추기는 형상이다. 이는 신규 주택보유자를 통해 기존 주택보유자를 지원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주거비용을 높여 궁극적으로 소비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
 
그나마 있던 소비 여력이 대출 이자로 소진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최근 들어 자산을 축적할 시기인 30~40대에 아파트 청약열풍이 나타나고, 은퇴를 준비하는 50대도 사적연금 적립과 함께 주택구입을 강요하고 있다. 전 세대에 걸쳐 각종 주거·생활비 부담이 민간부문으로 이전되면서 소비 위축으로 연결되는 분위기다.
 
소비 회복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주거, 노후생활 등에 대한 안정된 미래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현재 소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가계대출의 용도를 보면 표면상으로 주택담보대출이지만 생활자금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러한 차입 소비가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회복세는 여전히 미진하다. 일반적으로 경기상승기에 가계부채 증대를 통한 추가 경기 부양효과는 크지만, 경기하락기에 가계부채를 증가시킬 경우 경기부양 효과가 크지 않고 지속성도 떨어진다.
 
한편, 이제는 가계부채의 상대적 비율을 선진국과 비교해서 위험하지 않다는 논리는 접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 원리금 상환부담 비율 등이 대표적이다. 각 국의 경제 환경이 다를 뿐만 아니라 선진국의 경우 이미 가계의 금융자산 축적도가 높다는 차이점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가계부채의 절대규모와 증가 속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올해 3월에 이어 6월에도 금리인하를 단행하여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인 1.5%를 기록했다. 이 정도면 국민들이 아무런 부담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총량규제가 필요하다.
 
즉, 가계부채에 대해서만은 금리 상승기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시점이다. 안심전환대출을 통한 원리금 분할상환 비중 확대, 고정금리대출 비중 확대 등과 같이 정부에서 추진하는 가계부채의 구조변화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러한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과 함께 소비회복을 위한 가계부채 축소방안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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