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오른쪽) 금융위원장이 지난 8일 기술금융 우수지점으로 선정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구로동 종합금융센터를 방문해 "기존 거래기업에 대한 단순 대환대출이나 만기 연장은 기술금융 실적 평가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대출 규모 위주의 기술금융 평가 방식을 수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은행권 대응이 분주하다. 기술금융 대출 증가세가 주춤해지는 것은 불가피한 가운데 은행 혁신성평가 순위도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은행연합회의 '기술금융 종합상환판'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으로 은행권의 기술금융 대출 실적은 25조8000억원이다.
지난해 7월 도입된 기술금융은 당국의 유도정책에 힘입어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8조9000억원의 실적을 올렸고, 올해 1∼4월 실적은 16조9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르면 다음달부터 기술금융 대출실적 증가세는 주춤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가 기술금융 평가를 정성평가 위주로 수정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반 기업대출을 기술금융 대출로 바꾸는 방식으로 은행들이 기술금융 실적 '뻥튀기'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앞으로 기존 거래기업은 늘어난 대출액만 기술금융 실적으로 인정하며, 기술금융 관련 은행평가지표에서 양적 평가비중을 줄이는 반면 기술기업 지원 실적 등 질적 평가비중은 늘린다는 것이 기술금융 개선안의 골자다.
일부 은행에서는 기존 거래기업의 대출 대환이나 만기연장 방식으로의 기술금융 영업에 조정에 들어갔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술력이 있지만 자금력이 없는 중견중소기업이 계속 늘어나지 않는데 일부 대형은행에서 지난 3, 4월 각각 한달간 기술금융 대출 취급액이 1조원이 넘는다는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은행 관계자는 "기존에 멀쩡한 거래기업을 기술신용평가를 받게 해 기술금융 대상 기업으로 바꿔치기 하는 방식은 은행권에서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지난해에는 양적으로 늘리라는 분위기여서 금융위에서도 눈을 감아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당국의 기술금융 개선안에 따른 영업 방식의 변화로 지난해 도입된 '은행 혁신성 평가'의 순위도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일반은행 부문에서는 신한은행이 1위, 우리은행이 2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하나은행, 외환은행, 농협은행, 국민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씨티은행 순이었다.
혁신성 평가는 기술금융확산(40점), 보수적 금융관행 개선(50점), 사회적 책임(10점) 등의 지표를 기준으로 하는데, 이중 기술금융이 40%를 차지했다. 실제로 기술금융 상위 5개사는 혁신성 평가 상위 5개사와 일치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혁신성 평가 순위는 단순히 인센터브 혜택을 떠나서 은행의 평판 문제"라며 "지금까지 상위권 기록을 기록하다가 갑자기 순위가 떨어지면 그동안 뻥튀기 영업을 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 되고 만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