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은행의 대출 상담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금융당국의 서민대출상품 출시 요구와 수수료 정책 개입 등으로 은행권이 수익성 악화에 내몰리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이자나 수수료로 먹고 살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판매하고 있는 저신용자 대출 상품은 '새희망홀씨대출'가 유일하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신한은행이 약 3500억원, 국민은행 3400억원, 우리은행 2600억원, 하나은행 2000억원 등의 실적을 기록했다.
금융위원회는 시중은행에 저신용자를 위한 10%대 중금리 상품 출시를 추가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지주회사 전략담당 임원들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저신용자들에게 10%대의 중금리를 받더라도 은행이 자금 공급에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 등이 취급하는 고금리형 서민 대상 대출을 은행권으로 가져와 '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해달라는 취지에서다.
고금리 대출을 취급할 수 있는데도 은행권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은행권 금융지주사들은 저축은행 사태로 파산한 저축은행들을 하나씩 인수했고 이제 막 흑자 전환에 성공, 정상궤도에 올려놨다.
은행들이 저신용자 대상 고금리 대출을 내놓으면 결국 같은 계열사의 저축은행이 타깃으로 하는 고객을 뺏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중금리 대출 취급을 위한 신용평가 체계도 미흡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높아진다는 부담도 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 문제 해소를 위해 은행권이 손을 걷어야 한다는 것은 금융위원장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수순"이라며 "계열 저축은행과 연계한 상품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 논의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당시 수수료에 대해서도 "그동안 금융당국이 규제한 수수료는 전체 은행 수수료의 4분의 1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은행들이 스스로 경쟁을 통해 깎은 것"이라며 당국의 개입을 부인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의 개입 여지가 없었다는 말은 제 논에 물대기식 논리로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한마디로 앞으로 수수료나 금리로 편하게 장사할 생각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가 은행권을 더욱 구석으로 몰고 있다. 메르스 여파로 경기 둔하가 예상되면서 이르면 이번 달에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분기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은행의 순이자마진(1.63%)이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