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체포·구금 등 국가의 불법행위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과거사 사건 피해자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은 과거사 사건 피해자가 출소 후 새로운 가족관계를 맺은 경우 그 가족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책임이 인정되려면 별도의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1960년대 민족자주통일중앙협의회(민자통) 사건으로 옥살이를 했던 김모씨가 가족들과 함께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출소한 이후 새롭게 가족관계가 형성된 사람들이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하려면 국가가 그 가족들에게 직접 별도의 불법행위를 했거나 김씨와 가족관계를 맺고 있는 상태에서 국가의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김씨의 자녀들은 김씨 석방 이후 태어났고 국가가 이들을 상대로 불법행위를 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며 "김씨와 이들이 가족관계를 맺고 있는 상태에서 국가의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도 없어 피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1961년 1~5월 남북학생회담환영 및 통일촉진궐기대회에 참가하는 등 민자통 활동을 하다가 5·16 군사정변 이후 영장 없이 체포됐다. 이후 혁명재판소 재판으로 징역 5년을 확정받아 옥살이를 하다 1963년 12월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김씨는 2010년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듬해 10월 "김씨가 북한의 활동을 고무·동조하는 등의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는 2012년 5월 재심 상고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김씨 뿐만 아니라 형제·자매, 사면을 받고 출소한 뒤 1969년 결혼해 낳은 세 명의 자녀도 함께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2심은 "국가가 김씨와 김씨의 가족에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국가는 김씨에게 6300여만원을, 김씨의 자녀 3명에게는 각각 3500여만원씩 등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