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12일 잠실 LG전 1회말 1사 1루에서 1루로 송구하는 손시헌. (사진=ⓒNews1)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타율(1할2푼7리) 최하위 선수.
손시헌(35, NC)에게 그동안은 인고의 시간이었다. 시즌 시작 후 9경기 연속 안타를 때리지 못하는 등 48타석 연속 무안타를 기록했다. OB 유지훤이 보유하고 있던 47연타석 무안타를 넘어 KBO리그 최다 연타석 무안타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개막 후 손시헌을 선발출장명단에서 제외하지 않았다. 고참 선수를 믿었다.
손시헌은 그 믿음에 조금씩 보답하고 있다. 삭발도 하면서 정신을 가다듬었다. 28일 인천 SK전. 0-1로 뒤진 2회 2사 2루. 첫 타석 빗맞은 타구였지만 좌익수와 유격수, 중견수 사이에 떨어지는 행운의 동점 적시타로 연결됐다. 3-5로 뒤진 4회 1사 1,2루에서는 고효준의 6구째 138km 패스트볼을 통타해 왼쪽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0m 결승 스리런. 4타수 2안타 4타점. 시즌 두 번째 멀티히트였다. NC는 SK를 8-6으로 꺾었다.
귀중한 승리였다. 김진성이 종아리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고 치른 첫 경기였다. 김진성은 8경기 평균자책점 0.00으로 뒷문 핵심이었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떨칠 수 있었다. 김경문 감독은 29일 "좋은 승리였다. 1승하고 비가 오니까 몇 연승 한 것 같다"며 "하위타선에서 안타가 많이 나왔는데 이겨야지"라며 8번 타자로 나서 맹활약한 손시헌을 에둘러 칭찬했다. NC는 28일 승리 후 29일 우천연기로 경기를 치르지 않았다.
베테랑의 활약에 김 감독은 "어려울 때에는 큰 형들이 마음을 모아서 어린 선수들이 한 곳에 마음을 두면 버틸 수 있다”고 덧붙였다. 10승 13패 9위에 놓여있지만 위기가 기회라고 김 감독은 내다봤다.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던 손시헌을 선발명단에서 빼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수비의 핵심인 센터라인에서 유격수 손시헌은 고참으로 내야를 진두지휘한다. 특히 2루수 박민우가 실책을 범하면 다독여주는 것도 손시헌의 몫. "기록상 드러나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안정감이 있다"고 김 감독은 말한다.
프리에이전트(FA)로 이종욱과 함께 두산에서 이적한 손시헌은 지난 시즌 NC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공헌했다. 배석현 단장은 지난 시즌 종료 후 "손시헌이 그라운드에서 외야 수비 위치라든지 중심을 잘 잡아줬다. 영입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경문 감독도, 배석현 단장도 동일하게 만족하는 부분이다.
NC 선수단의 말을 종합하면 손시헌은 조용하면서도 강한 남자라 할 수 있다. 지표상으로는 두드러지는 활약을 하는 선수는 아니다. 그런데 그라운드 존재감은 대단한 남자가 바로 손시헌이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