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이 고 성완종 회장의 다이어리와 메모 등 이른바 '리스트 의혹'의 결정적 단서가 될 물증을 조직적으로 인멸 또는 은닉한 정황이 드러났다.
26일 검찰과 이씨의 변호인 등의 말을 종합하면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경남기업에 대한 1차 압수수색이 있었던 지난달 18일 오전 6시35분경 이용기 비서실장은 여비서 조모씨에게 전화해 “회장님 책상을 치우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전화를 받은 시각에 잠을 자고 있던 여비서는 전화를 받고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 회장실에 있는 자료를 경남기업 지하창고 등에 옮겼다. 검찰은 여비서로부터 “A4박스 절반 크기에 담아 옮겼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료 안에는 성 회장의 다이어리와 메모, 일정표 등도 포함됐다.
검찰은 이씨가 당일 오전 경남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이 예상되는 보도를 보자마자 여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증거인멸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울산에 있는 한국석유공사 본사와 경남기업을 동시에 압수수색하려고 했으나 언론 보도가 먼저나와 증거인멸을 우려해 경남기업 압수수색에 먼저 들어갔다.
검찰은 이와 관련된 자료 일부를 확보했으나 결정적인 ‘비밀장부’는 여전히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료에는 성 전 회장에 대한 추가적인 비리의 단서가 될 자료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검찰은 증거인멸이 성 회장의 가족과 측근을 통해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오후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이씨는 “1·2차 압수수색에 모두 관여한 바가 없다”며 증거은닉·인멸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씨의 변호인은 “여비서에게 전화한 것은 맞지만 증거인멸 지시가 아니라 회장님이 일찍 출근할 것 같으니 대비하라고 팁을 준 것”이라며 “여비서가 회장실 자료를 옮긴 것은 맞지만 비밀장부 같은 중요한 자료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미 모든 자료를 냈고 더 낼 자료도 없다”고 구속 필요성이 없음을 강조했다.
이씨에 대한 구속여부는 이날 밤 늦게 결정될 예정이다.
조승희 기자(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