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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에서 예술의 본질을 묻다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 한국관 전시, 내달 6일 개막
입력 : 2015-04-09 오후 3:31:40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끝 없이 갈망하고 희망하는 일, 아마 예술은 그런 일이 아닐까요? 현실과 동떨어진 일, 불가능한 일을 갈구하는 게 예술인 것 같습니다. 사실은 신화와 과학, 경제, 정치 등 모든 게 서로 연결돼 있다고 봐요. 그걸 연결해내는 상상력이 중요한 거죠."
 
9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스페이스 필룩스에서 열린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 한국관 소개 자리. 이번 한국관 전시에 참여하는 전준호 작가는 문경원 작가와 함께 만든 신작 '축지법과 비행술(The Ways of Folding Space & Flying)'을 설명하던 중 이와 같이 말했다. 순수영역을 고집하는 대신, 적극적으로 사회적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는 길을 택한 한 현대미술가의 발언이 자못 신선하게 다가왔다.
 
(사진=김나볏 기자)
 
1895년 창설된 베니스 비엔날레는 상파울루 비엔날레, 휘트니 비엔날레와 함께 세계 3대 미술 비엔날레로 꼽힌다. 각종 아트페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요즘이지만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비엔날레는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국가관전시, 국제전(예술감독기획전), 병행전 등 크게 세 가지로 구성, 진행된다. 이 중 국가관이 물량 면으로나 의미 면으로나 가장 중요하게 여겨진다. 특히 올해는 베니스 비엔날레 중심부인 자르디니 공원 내에 한국관이 설립된 지 20주년을 맞는 해여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올해 전시를 위해 한국관 전시 주최 측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이숙경 영국 테이트미술관 큐레이터를 커미셔너(최고책임자)로 섭외하고 기획과 운영을 의뢰했다. 
 
한국관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다루는 한편 베니스 비엔날레 자체의 역사적 서사를 담은 전준호·문경원의 신작 '축지법과 비행술'은 그 최종 결과물이다. 이번 한국관 작가 선정과 관련해 이숙경 커미셔너는 "연결성이 많은 주제를 말하는 작가들, 전쟁이나 질환, 글로벌리즘 이름 아래 벌어지는 자본의 힘 등 미술 이외의 것에 대해 관심을 갖는 분들이 있다"면서 "전준호 작가와 문경원 작가는 그런 질문을 리드하는 분들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축지법과 비행술'은 투명한 유리창으로 둘러싸인 한국관의 건축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해석한 7채널 영상 설치 작업이다. 축지법과 비행술이라는 개념들은 상상력을 통해 물리적, 인지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내재적 열망에 대한 비유다. 이 작품은 예술이 가질 수 있는 진정한 역할과 의미를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두 작가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기도 하다. 두 작가는 2012년 카셀 도쿠멘타에서 '뉴스 프롬 노웨어(News from Nowhere)'를 선보이며 현대미술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 바 있다.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 한국관 전시 '축지법과 비행술' 중 한 장면(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번 전시의 경우 종말적 재앙 이후 지구의 육지 대부분이 물 속에 잠겨 한국관이 부표처럼 떠돈다는 전제 속에서 시작된다. 한국관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한 인물이 겪는 이상한 경험과 의도된 만남을 통해 두 작가는 예술에 대한 관점을 은유적으로 펼쳐낸다. 작품 촬영을 위해 실제 한국관과 동일한 모형을 국내 촬영 스튜디오에 지었으며 두 작가의 첫 공동 제작 영상작품에 출연했던 배우 임수정이 노개런티로 출연했다.
 
이번 한국관 전시는 오쿠이 엔위저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 총감독이 기획하는 국제전 '모든 세계의 미래(All the World’s Futures)'가 제시하는, 미래를 향한 본질적인 고민으로의 귀환이라는 주제와도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독일 뮌헨 하우스 데어 쿤스트의 관장이기도 한 엔위저는 미술의 정치적 본성과 미술계 시스템의 사회적 성격과 역할에 대해 큰 관심을 보여온 큐레이터로 알려져 있다.
 
문명이 끝을 향해 달려 갈 때, 예술 혹은 미술은 그때에도 존재할 수 있을까. 이숙경 커미셔너는 "정답은 없고 질문이 가장 중요하다. 자기의 답을 얻어가면 된다"면서 "전시를 보고 난 후 많은 의견들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밀라노 엑스포와 시기가 맞물리면서 이전보다 한달 정도 일찍 개막하는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는 5월9일부터 11월22일까지 열린다. 한국관 전시는 전체 비엔날레 전시 개막보다 이른, 오는 5월 6일 개막해 전 세계 관객을 맞을 예정이다.
 
 
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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