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대관 탈락 사태로 우여곡절을 빚다 지난 4일 개막한 '제 36회 서울연극제'가 또 다시 파행을 겪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한국공연예술센터가 서울연극제에 대관하기로 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의 휴관을 뒤늦게 결정했기 때문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무대 구동부에 중대한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며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을 오는 11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임시 휴관하기로 결정했다. 문예위는 이같은 입장을 서울연극제에는 지난 3일, 언론에는 7일 밝혔다.
예술위는 휴관의 상세 사유로 "무대 상부 모터 파손 등 극장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상징후 발견"을 들었다. 지난달 10일 대극장 조명봉 4번 구동부 모터와 브라켓을 고정시켜주는 볼트가 파손됐음을 발견했고 즉시 추락 방지를 위해 와이어 로프로 임시 고정했으나, 이틀 뒤인 12일 조명봉 5번 구동부 어퍼호리존트가 파손된 것이 추가로 발견됐다는 설명이다. 예술위는 "임시 조치 후 정기 점검 기간인 30일과 31일 양일간 새 제품으로 교체했으나 총 60개 모터에 대한 전수 검사 필요성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같은 사실이 공연을 코 앞에 둔 극단과 서울연극제 주최 측에 미리 통보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문예위는 서울연극제 개막식 직전일인 지난 3일 저녁 서울연극제 집행부에 휴관을 통보했다. 비슷한 시기 같은 극장에서 공연을 하기로 한 현대극단, 국립현대무용단 등도 뒤늦은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김나볏 기자)
서울연극제 집행부는 7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말 서울연극제에 대한 대관 탈락 이후 문예위의 요청으로 한국공연예술센터 직원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및 명예훼손 소송 건에 대해 고소를 취하했지만 문예위가 약속한 대관 계약진행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으며 개막 이후에도 극장 폐쇄 결정으로 파행을 빚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예위 산하 한국공연예술센터는 지난해 11월 14일 제출 서류 부실, 기대에 못 미치는 축제 성과, 2014년도 공연 중 허가되지 않은 성금 모금 행사 등을 이유로 들어 서울연극제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 대관심의에서 사상 처음으로 탈락시켰다. 당시 서울연극협회는 이같은 결정에 반발해 한국공연예술센터의 유인화 센터장과 김의숙 전 공연운영부장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로 고소했으나 문예위와의 협의로 올해 2월 26일 고소를 취소한 바 있다.
박장렬 서울연극협회장은 "마음이 불편한 것은 작년에 이어 마치 오비이락처럼 이런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라며 "문예위의 설명이 정말 사실인지 의문점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사태에서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는 건 극장이 폐쇄된다고 했을 때 담당자나 유인화 한국공연예술센터장이 우리를 찾아와서 설명해주고, 이해를 요구하고, 같이 해결책을 찾자는 식의 제스처를 취해 혼란에 빠뜨리지 않게 해야 하는데 공문, 전화만 왔다갔다 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었던 극단들은 이번 극장 휴관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극단 76의 연극 '물의 노래'의 주인공을 맡은 기주봉 배우는 "안전성 문제를 잡으려면 어떻게든 잡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기 배우는 "'물의 노래' 공연이 세월호와 연관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오해의 소지가 많은 것 같다"며 "이렇게 하면 어떻게 연극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극단 광장의 연극 '6.29가 보낸, 예고부고장'에 출연 예정이었던 배우 최원석은 "4월23일 공연이 예정돼 있는데 4월4일 오전에 극장 사용 불가 얘기를 들었다"며 "서울연극제가 개최됐으니 정확하게 마무리하자는 것과 한국공연예술센터의 공공성, 서울연극제의 역사성을 위해서 참가 극단의 열정을 꺾지 말고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달라는 게 극단 소속 배우의 가장 소중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물의 노래' 의 연출을 맡은 김국희 연출가는 "공연을 한다, 안 한다를 떠나서 이 과정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연출가는 극장 폐쇄와 관련해 "받아본 것은 공문 두 장 밖에 없고, 눈으로 확인한 것이 없다. 게다가 문제가 있다는 아르코예술극장에서는 지금도 다른 공연이 진행 중"이라며 "문예위에서도, 서울연극협회에서도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서울연극제의 법률 대리인인 손훈모 변호사는 "극장 문제를 3월 말에 발견했으면 대관 단체에 통보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문예위의 이번 조치가 진정성이 없어 보이는 것"이라며 "더욱이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과 소극장에서 진행되는 무용 4편은 4월 2~10, 12, 19, 23일에 그대로 공연을 진행한다. 그렇다면 서울연극제를 직접 겨냥한 특이한 조치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당연히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극장 휴관 결정 이후 문예위의 대처도 논란거리다. 문예위는 "극장 휴관에 따라 차질이 예상되는 공연들에 대해서는 대체공간 등 개별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지만 서울연극제 집행부의 설명은 이와 달랐다. 문예위 산하 한국공연예술센터는 지난 6일까지 논의를 거쳐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7일로 미뤄졌다. 집행부가 그간 지속적으로 요청했던 대관 계약서의 경우에도 지난 6일에야 발송됐다. 극장 폐쇄 통보보다도 3일이나 뒤늦다.
안전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만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공연 강행은 현재로서는 어려워 보인다. 박 협회장은 "극장을 소유하고 있는 문예위가 좋은 대안을 찾아주길 기다리는 상태이며 적어도 모레까지는 어떤 극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답이 와야 하고 그 대안에 대해 참가 극단과 논의할 예정"이라며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을 할 예정이었던 두 극단을 우선 순위로 두고 간곡하게 부탁하고 있으며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계속 건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극협회는 한국공연예술센터에 대한 추가 법적 조치는 현재 고려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