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혐의로 불법 연행·구금된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손해배상을 할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6일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연행돼 불법 구금된 최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최씨에게 2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국민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해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통령의 이러한 권력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체포구금이 종료된지 30여년이 지났다"면서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객관적 사유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최씨는 1978년 6월 서울대 재학 중에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영장 없이 약 20일 동안 구금됐다. 최씨는 친구들에게 유신체제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의 편지를 보낸 이유 등을 추궁당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5년 선포한 긴급조치 9호는 유신헌법을 부정하거나 폐지를 청원하는 행위, 집회·시위 등을 금지하고, 긴급조치 9호를 비판하는 것까지 금지했다. 긴급조치 9호 위반자는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었다.
이후 최씨는 대통령과 공무원의 불법 행위로 고통을 당했다며 2011년 4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 패소 판결 했지만 2심은 "긴급조치 9호 내용이 헌법에 명백히 위반되는대도 이를 발령한 대통령과 중앙정보부 공무원들의 고의 내지 과실이 인정된다"면서 최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행위 자체가 국가배상법 상의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해 대법원이 판단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 행위 자체는 불법행위 책임을 지지 않지만 중앙정보부 소속 공무원들이 수사권 없이 체포 구금한 행위는 불법행위 책임을 지며 이는 종전 대법원 판례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