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걸> 포스터 (사진제공=메가박스)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국내 섹시코미디 대표 영화는 지난 2002년 개봉한 <색즉시공>이라 할 수 있다. 노골적이면서 민망한 성인 유머가 2시간 동안 유쾌하게 어우러진 <색즉시공>은 당시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색즉시공>에 버금가는 국내 섹시코미디 영화는 없었다.
올해 조여정과 클라라가 <워킹걸>로 <색즉시공>의 아성에 도전했다. 하지만 발칙함을 전면으로 내세운 유머는 성공적이지만, 뻔한 스토리와 진부한 결말은 다소 심심하다.
가족보다 일에만 몰두했던 워킹맘 백보희(조여정 분)는 치명적인 실수로 퇴사를 당하고, 남편 구강성(김태우 분)으로부터 이혼을 요구받는다. 그런던 중 우연히 성인용품점 사장 오난희(클라라 분)를 만나 후끈한 동업을 펼친다. 그 과정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아나가는 것이 영화의 큰 맥락이다.
◇<워킹걸> 스틸컷 (사진제공=메가박스)
주요 배경은 성인용품점이다. 캐릭터 이름들도 백보희, 오난희, 구강성, 표경수(고경표 분) 등 민망한 단어를 연상시킨다. 오르가즘과 같은 단어는 흔하게 사용된다. 일반인이 접하기 힘든 성인용품도 사정없이 전면에 쏟아진다. 발칙하다.
한편으로 유머는 풍부하고 흥미진진하다. 영화 <인간중독>에서 색다른 코믹연기를 구사했던 조여정이 '나도 코미디를 할 수 있다'고 강변하듯 자신감 있는 연기로 웃음을 선사한다. 상황에 맞는 적절한 표정과 남편 구강성 역의 김태우와 이끌어내는 성적 유머는 큰 웃음을 야기한다. 이 영화를 통해 한 번 더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평가.
특히 영화 후반부, 착용한 성인용품이 고장 나 난감해 하는 보희가 남편 강성과 맞닥뜨린 장면은 폭소가 터진다.
◇<워킹걸> 스틸컷 (사진제공=메가박스)
조여정만큼 눈에 뛰는 인물이 김태우다. 일에만 몰두하는 아내에게 서운해하고, 성에 눈을 뜬 아내 때문에 힘들어하는 남편의 모습을 과장스러우면서도 재미있게 표현했다. 그간 무거운 역할을 주로 해왔던 김태우의 변신이 눈에 띈다.
이 외에도 '허허허허허허'라는 웃음소리만으로도 폭소케 만드는 고경표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오르가즘을 느끼는 클라라의 도전은 <워킹걸>의 커다란 장점이다. 클라라는 연기 내공은 아직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영화 속 그 누구보다도 열의가 넘치게 연기를 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볼 수 있다.
또 어떤 연기를 해도 다른 느낌이 나는 충무로의 신스틸러 라미란과 배성우는 감초 연기의 최고봉임을 자부한다.
◇<워킹걸> 스틸컷 (사진제공=메가박스)
결론을 내리면 영화는 성공한 유머, 실패한 진부 스토리로 압축된다.
옷을 야하게 입고 다니는 난희를 천박하게 본 보희가 성인용품을 통해 오르가즘을 느끼고, 난희의 진심을 알게 된 뒤 성인용품을 음지에서 양지로 꺼내오는 과정은 신선하다.
하지만 현대의 여성도 '일과 가족'이라는 이분법적인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 지점은 진부하며, 결국 가족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메시지는 예측가능하다. 도발적으로 시작한 영화는 기존 사회의 가치관에 귀속되면서 심심해진다. 발칙하게 시작한만큼 그 끝도 예측불가능하고 노골적이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초반 현실감을 배제한 머리띠를 하고 후임들에게 일을 시키는 보희의 모습이나 장난감 자동차를 타고 출근하는 모습, CEO로 등장하는 김영옥의 요상한 헤어스타일은 굳이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유치하다. 적절히 절제하지 못한 점 역시 아쉬움으로 꼽힌다.
섹시 코미디로 절반의 성공을 거둔 <워킹걸>. 섹시코미디가 사라지고 있는 충무로에 의미있는 도전이 됐음은 분명하다. <색즉시공>의 향수가 그리운 관객들에게는 볼 만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오는 7일 개봉. 상영시간 112분. 청소년 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