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상하이=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한국 취재진의 박수를 받으며 걸어들어왔다. 기발한 상상력의 연출과 스토리, 구성으로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 영화팬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미소 속에 10일 중국 상하이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났다.
놀란 감독을 비롯해 배우 앤 해서웨이, 매튜 맥거너히, 놀란 감독의 아내이자 영화 <인터스텔라>의 제작자 엠마 토마슨은 국내에서 개봉하자 마자 엄청난 흥행성적을 거두고 있는 이 영화의 홍보를 위해 아시아를 찾았다.
네 사람은 국내 취재진을 만나기 전 중국 취재진을 먼저 만났다. 중국 취재진이 만난 장소는 엄청난 취재진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페니슐라 호텔의 큰 룸이었다. 반대로 한국 취재진은 다소 협소한 장소에서 이들을 만났다. 60여개 매체의 기자들은 빼곡히 앉아 <인터스텔라>의 주역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었다.
첫 질문은 놀란을 향했다. "기존 영화가 논리적이고 이성적이었던 점과 다르게 이번에는 감성적이다. 영화관이 바뀌었냐"는 질문이었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질문이었지만 놀란은 "차가운 우주와 따뜻한 인간 감성에 대한 극명한 대비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면서 다소 간결하게 답을 끝냈다.
다음 질문은 주인공인 매튜 맥거너히에게로 넘어갔다. 그러자 갑자기 놀란이 앞에 있던 연필을 집어들고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무언가를 적는 게 아니었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었다. "세상에, 놀란은 간담회 도중 낙서를 하는구나."
맥거너히에게 돌아간 질문은 "놀란은 남자 배우를 알리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연기파 배우를 넘어 세계적인 스타가 되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는 않냐"였다. 맥거너히는 기분이 좋다는 듯 어깨춤을 추며 특유의 유머러스한 리액션을 했다.
옆에 있던 놀란은 맥거너히의 행동에 입으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손은 멈추지 않았다. 눈도 공책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무언가 크게 집중한 눈이었다.
약 30여분동안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놀란은 자신에게 질문이 왔던 순간을 제외하면 공책에 계속 무언가를 그렸다. 그리고 기자간담회가 끝나자 포토타임을 갖고 유유히 현장을 떠났다.
과연 놀란은 공책에 무엇을 그렸을까. 간담회가 끝나자마자 바로 찾아봤다. 이 그림이 있었다.
◇놀란이 기자간담회 중 그린 그림 (사진=함상범 기자)
눈코입이 없는 한국의 기자들의 얼굴들이 노트북을 주시하고 있다. 아랫부분에 그가 그린 수 많은 얼굴은 마치 하나의 콘티와 흡사했다. 노트북을 집중적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그에게는 신선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기자간담회가 지루했던 것인지, 아니면 멀티에 능란한 인간형인지 모르겠다. 분명했던 건 놀란의 대답은 성의가 없지 않았다는 점이다. 진정성이 있었고, 진심이 묻어났다. 예상외의 수준 높은 그림에 국내 취재진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낙서만 가지고도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어떤 영화를 제작하든 상상 이상의 결과물을 내놓았던 놀란. 해서웨이가 말했던 것처럼 '유니크'한 감독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