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상하이 =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영화 속 시간이 뒤로부터 앞으로 진행되는 스토리로 구성한 <메멘토>, 세계에서 가장 철학적인 악역 히스레저를 만들어낸 <다크 나이트>, 남의 꿈에 의도적으로 침투해 무의식을 강제한 기발한 상상력의 <인셉션>. 이 외에도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은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기발함이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우주를 그 소재로 잡았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인터스텔라>는 국내에서는 지난 6일 개봉해 4일 만에 200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 국내 영화계에서 비수기로 일컬어지는 11월 초에 관객들을 모으고 있는 효자 영화다. 이미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눈으로 직접보고 경탄을 마지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인터스텔라>의 주역인 크리스토퍼 놀란과 앤 헤서웨이, 매튜 맥거너히, 크리스토퍼 놀란의 아내이자 <인터스텔라> 제작자인 엠마 토마스가 10일 오후 중국 상하이를 찾았다. 12일 중국 개봉을 앞두고 홍보를 위해서다.
언제나 여유있는 얼굴로 자신만의 신념을 갖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은 진지한 태도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그는 이날 "차가운 우주와 따뜻한 인간 감성에 대한 극명한 대비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면서 "우주 속에서 인간은 어떤 위치에 있고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도 내비쳤다.
◇크리스토퍼 놀란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다음은 일문일답.
- 기존 영화들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점이 많았다. 하지만 <인터스텔라>는 감성을 다룬다. 영화관에 대한 변화가 있었던 것인가.
▲우주에 대한 이야기는 의도적이었다. 감성적인 이슈를 다뤘다.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 것과 인과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차가운 우주와 따뜻한 인간 감성에 대한 극명한 대비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또 우주에서 인간의 위치가 무엇인지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었다.
- 우주라는 단어를 짚어보면 죽음과 새로운 인생이 떠오른다. 다만 죽음은 확실한데 새로운 인생은 불확실하다. 이번에 놀란 감독은 우주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다. 왜 사람들이 우주로 간다고 생각하나.
▲매우 철학적인 질문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길 지구에 사는 인간들과 우주로 나가는 인간들의 인생 모두 평행선을 달린다다. 지구에 사는 인간 역시 죽음은 피할 수 없다. 우주에 나가는 것이 죽음에 더 가깝고 새로운 삶에 미심쩍은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우주에 나가게 된다면 이 죽음에 대한 이슈가 더 중요해진다. 우주에 있어서 우리는 어떤 위치인가와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한 이슈가 더 커진다. 그런 얘기를 영화를 통해 해보고 싶었다.
- 영화를 보면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이하 <오딧세이>)와 비슷한 지점이 많이 나온다. 그 영화에 대한 오마주가 있었던 것인가.
▲그렇다. <오딧세이>에 대한 무의식적 오마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로봇 디자인도 많이 닮았다. <오딧세이>의 모놀리스(Monolith, 극중 로봇)의 디자인을 보면 미니멀리스트의 모던 디자인이다.
로보트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가능한한 가장 간단한 모습으로 고도의 지능을 나타낼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군더더기 없이 역할에만 충실하는 디자인을 만들고 싶었다.
- 디지털 카메라가 나왔음에도 35mm 필름을 사용한다. 필름을 사용하는 이유와 언제까지 그 필름을 사용할 것인가.
▲나는 35mm 필름 카메라도 쓰고 65mm 필름 카메라도 쓴다. 이유는 컬러나 이미지 해상도가 디지털 카메라보다 훨씬 더 좋기 때문이다. 더 좋은 게 나오기 전까지는 아마도 이 카메라를 계속 쓸 것 같다.
- <메멘토>를 보면 아내가 죽은 주인공이 나오고, <인터스텔라>에도 주인공의 아내는 죽어있다. 왜 아내가 죽은 주인공들을 좋아하나.
▲미안하지만 오해하지 말고 들어달라. 내 영화에는 공통된 서사가 있다. 아무리 장르는 다양하더라도 주인공이 아주 극한 상황에 빠진다는 설정이다. 이러한 설정을 통해 주인공이 드라마틱하게 문제를 해결한다든지 더욱 극적인 스토리가 전개된다.
또 아내가 죽는 설정은 <메멘토>에서 주인공이 복수를 하는 이유가 되고,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이 우주로 가게 되는 이유가 된다. 핵심적인 스토리의 모티브가 될만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아내가 죽은 설정이 나온다.
- 한국에서 <인터스텔라>가 80% 예매율에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뿐 아니라 놀란의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 이유에 대해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그 소식을 들으니 너무나도 신난다. 고맙고 좋다. 내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는 영화가 환상적이니까(Fantastic). 한국 관객들의 내 영화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이유는 아마도 과학적인 소견이 높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 영화에 어려운 물리학 용어가 대다수 등장한다. 제작하는 중에 어려운 점은 없었나.
▲유명한 천체 물리학자 킵 손이 제작자로서 영화에 참여했다. 물리학자로서 영화의 이론이 맞는지 틀리는지 검증했다. 영화에 나오는 물리학 이론은 대부분 다 검증된 부분이다.
물리학의 이론을 다 몰라도 영화는 다 볼 수 있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나오는 영화를 볼 때 폭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몰라도 영화를 보는데 지장이 없다. 마찬가지로 물리학을 몰라도 영화를 즐기는데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 영화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대의를 위해 우주로 떠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개인의 영위를 위해 남을 것인가.
▲(대답을 회피하며) <인터스텔라>는 대의를 위해 희생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