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서울시가 공급하는 재개발 임대주택이 휘청거리고 있다. 예산 부족으로 매입 비용 지급이 늦어지는 등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재개발 임대주택 매입비를 지불하기 위한 국민주택기금 융자 1000억원을 국토교통부에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개발 임대주택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50조에 따라 사업시행자로부터 재개발 아파트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으로, 시는 현재 약 5만4500가구의 재개발 임대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시는 그간 별도의 기금융자 없이 국비 지원을 포함한 예산만으로 주택을 매입해 왔다. 하지만 최근 정비사업 실태조사 등을 통해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은 정비구역들이 생기면서 조합으로부터 매입자금 요청이 쇄도해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 이르렀다.
올해 국비 126억원을 포함한 약 2200억원을 재개발 임대주택 매입 예산으로 편성한 시는 최소 732억원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에도 1000억원 이상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 이율 2.7%를 적용, 가구당 5500만원을 융자받을 수 있도록 요청했다.
시 관계자는 "예산 부족으로 인해 재개발 임대주택 매입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우려되고, 재개발 정비사업조합으로부터 민원이 발생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부족한 예산에 대한 기금 융자와 국비 지원 기준 상향 등을 협조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4구역의 경우 지난 7월 조합과의 임대주택 매입계약 이후 계약금 지급이 제 때 이뤄지지 않았다. 시 조례와 매매계약서 모두 계약 체결 시에 매입가격 총액의 20%를 계약금으로, 중도금은 공정률에 따라 매입가격의 60%를 4회에 걸쳐 분할 지급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예산 상의 이유로 늦어진 까닭이다.
내년 5월 입주를 앞둔 가재울뉴타운4구역은 해당 임대주택의 공정률이 20%를 넘겼지만, 시는 계약 체결 이후 두 달이 지나서야 계약금의 절반만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재울뉴타운4구역에 배정된 임대주택은 총 750가구, 매입가격은 1290억원에 달한다.
◇ 가재울뉴타운4구역 조감도
그러다보니 재개발 임대주택 공급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시는 올해 총 2044가구의 재개발 임대아파트를 매입할 계획이었지만, 상반기 기준 444가구를 매입하는 데 그쳤다.
지난 2010년 이후 재개발 임대주택 매입실적은 ▲2010년(7~12월) 8108가구 ▲2011년 4156가구 ▲2012년 1699가구 ▲2013년 679가구 ▲2014년(1~6월) 444가구 등 해마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박원순 시장의 민선5기 공약인 공공임대주택 8만호 공급 계획에서 매입할 예정이던 1만5583가구에는 얼추 도달한 상태다. 하지만 시는 앞으로 건설형이 아닌 매입형 위주로 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인데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의 임대주택 공급비율을 완화하려는 정부의 방침에도 동의하지 않는 입장이어서 원활한 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매입비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아울러 시는 재개발 임대주택 매입에 투입되는 국비 지원금도 가구당 5400만원으로 상향해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재개발 임대주택 매입에 들어가는 국민주택기금 보조금은 가구당 3500만원으로 실 매입비 1억8000만원의 19% 수준이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원래 재개발 임대주택도 국민주택기금 융자 대상이지만 서울시는 1995년부터 2001년까지만 융자를 요청했다"며 "최근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곳이 많아 내년부터 다시 융자를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미 내년도 국민주택기금 운용 계획을 편성한 이후에 요청한 사안이어서 지원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장 내년은 추경을 편성하든 다른 사업이 진행되는 상황을 봐가면서 예산이 된다면 지원하겠지만, 이후에는 서울시 재개발 임대주택도 감안해 기금 운용 계획을 편성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국민주택기금 융자가 지원되더라도 세입자들의 부담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주택기금 융자가 지원되는 임대주택의 경우 발생하는 이자에 대한 부담을 세입자의 임대료로 충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무주택 철거민에게 공급되는 재개발 임대주택의 임대료 체납률은 38.1%로 서울시 공공임대주택 유형 가운데 가장 높은 상황이다.
또 다른 시 관계자는 "국민주택기금 융자가 지원되면 이자 부담때문에 세입자들의 임대료가 일정 부분 인상될 수 있다"면서도 "무주택 철거민을 대상으로 공급하는 만큼 인상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