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스페인국립플라멩코발레단(Ballet Nacional de España, BNE)이 3년 만에 돌아왔다. 플라멩코에 관한 한 최고의 정통성을 자랑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BNE의 공연은 플라멩코라는 춤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단연 압도적인 에너지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관객들의 열광적인 앙코르 요청에 힘입어 성사된 이 공연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무용 공연 중 드물게 중장년층 관객의 호응이 뜨거워 눈길을 끌었다.
스페인 전통 춤인 플라멩코는 오랫동안 아랍문화의 영향을 받은 안달루시아의 토착 풍속과 그곳으로 유입된 집시 문화가 빚어낸 독특한 양식의 예술로 알려져 있다.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이같은 스페인의 뿌리 깊은 전통을 바탕으로 하되 춤이나 의상, 악기 등에 새로운 혁신을 더해 빚은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사진제공=LG아트센터)
공연은 플라멩코의 거장 안토니오 까날레스가 안무한 <그리또>, 플라멩코계의 젊은 실력자 안토니오 나하로 예술감독이 안무한 <스위트 세비야>가 1, 2부로 나뉘어 구성된다. 노래와 기타 연주, 춤이라는 3박자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두 공연은 대극장 특유의 엄숙한 분위기를 걷어내며 플라멩코의 정수를 유감 없이 펼쳐냈다.
우리 말로 '외침'이라는 뜻을 지닌 <그리토>는 스무 명의 남녀 무용수들이 출연하는 작품으로 현란한 발구름과 손뼉, 몸동작이 압도적이다.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는 남자 무용수 10명이 시종일관 터질 듯한 에너지를 내뿜는다면, 캐스터네츠를 손에 쥔 여자 무용수 10명은 우아함을 내포한 강력한 에너지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구슬프면서도 힘찬 보컬, 기타와 플루트, 퍼커션 등의 악기 연주가 어우러지면서 관객의 감정은 점증적으로 고양된다. 특히 절정의 기량을 지닌 무용수들이 보여 주는 사파테아도(플라멩코에서 구두 발끝과 발꿈치로 마룻바닥을 치는 기교)가 압권이다.
대극장 무대의 붉은 막이 무용수들의 동작에 따라 단계적으로 올라가면서 시작하는 <스위트 세비야>는 공연 초반부터 엄청난 긴장감을 선사한다. 세비야의 어느 달콤한 밤을 표현하듯 공연은 관능과 유혹, 화려함과 서정 등 폭넓은 감정을 다루는데 <그리토>가 정통 플라멩코에 가깝다면 <스위트 세비야>는 전통 외에 예술감독 나하로의 현대적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캐스터네츠나 구두 외에 부채, 다양하게 디자인된 의상, 투우사의 천까지 동원되며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나 꽉 찬 무대가 빚어진다. 무대 뒤편에는 커다란 원 하나가 비치는데 이 원은 때로는 달처럼, 때로는 남녀 간 결합의 상징처럼 다양하게 변화한다. 이밖에 무용수들에게 영혼의 숨결을 불어넣는 듯한 여자 보컬의 모습 또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화려한 의상과 현란한 스텝, 캐스터네츠 동작, 토해내는 듯 구슬프면서도 힘있는 노래와 기타 음악이 어우러지면서 공연은 끝없이 정점으로 치닫는다. 플라멩코라는 이름의 어원 그대로, 불꽃 같은 열정을 담은 BNE의 공연은 오는 10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문의 02-200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