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예술인 복지금고의 재원 확보방안과 관련해 국고보조금 외에 문화예술단체나 예술인, 대기업 등의 적극적인 기부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아울러 특정 직장에 소속되지 않는 예술인의 특성상 생활자금 지원의 경우 보증보험보다는 신용대출의 형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5일 서울 동숭동 예술가의집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주관으로 제3회 예술인 복지 정책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는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맡고 있는 '예술인금고의 효율적 운영방안에 관한 연구'에 대한 중간 점검과 예술계 의견 수렴 차원에서 열렸다.
발제 후 이승엽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는 김상철 예술인소셜유니온 정책위원, 박유승 한국방송연기자협회 사무총장, 이동준 서울연극협회 이사, 유재권 한국언론진흥재단 기금운용팀장 등이 참석해 예술인 복지금고 설립과 운영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부실률 관리 가장 중요..예술인·대기업 기부도 유도해야"
먼저 김병덕 연구위원은 한국언론인금고와 한국출판금고를 유사금고의 사례로 들며 예술인 복지금고와 관련한 제안을 내놓는 한편, 가장 중요한 이슈인 예술인 복지금고의 재원 확보방안과 관련해 중장기 재원소요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무엇보다도 부실률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장기 기금 수명에 관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김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김 연구위원은 “초기 기금을 200억원으로, 매해 대출금액을 20억으로 가정할 경우 도전하기 힘든 목표이지만 부실률을 15% 이내로 통제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금의 목적상 불필요하게 기금이 증대되거나 궁극적으로 소멸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대출상품 설계와 관련해서는 소액생활자금대출과 주택자금대출 등 2가지 방식의 대출 프로그램 운영방식을 제안했다. 아울러 대출대상은 예술인 복지재단이 발급하는 예술인활동증명을 발급받은 예술인으로 한정하고 이 또한 주기적으로 갱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중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신용대출인 소액생활자금대출이다. 소액생활자금대출은 학자금, 의료비, 경조사비 및 기타 긴급한 용도의 생활을 목적으로 한다. 유사금고의 경우 보증보험이나 담보설정을 통해 위험을 관리하고 있으며 신용대출은 전무하다. 김 연구위원은 “예술인 금고 신용대출의 성패는 예술인 집단의 대손율 분포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거버넌스 구축과 관련해서는 9인으로 구성된 금고관리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김 연구위원의 안에 따르면 위원회는 연예, 무용, 연극, 영화, 미술, 음악, 국악, 문학 관련 협회에서 추천하는 인사 5인, 예술인복지재단 추천인사 1인,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추천하는 인사 1인으로 구성된다.
특히 담당 공무원을 당연직으로 정해 국고지원 등 재원 조달 지원, 당국과의 의사소통 창구 역할 수행, 금고 운영의 책임성 강화 제고 등의 역할을 부여하는 것을 추천했다. 김 연구위원은 “종자돈 마련 방안 강구가 중요한 만큼 문화예술단체나 예술인, 대기업 등의 적극적인 기부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 위주 복지금고 반대" vs. "최소한의 안전망"
이어진 토론에서는 예술계의 다양한 견해를 엿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대출 위주의 복지금고 모델에 대한 찬반 의견이 토론의 주를 이뤘다.
김상철 정책위원은 한국언론인금고와 한국출판금고가 과연 예술인금고의 모델이 될 수 있는가의 문제를 지적하는 동시에 복지수단으로서 금고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예술인 복지가 사회적 화두가 됐던 것은 신용이 발생할 수 없는 직업의 특수성 때문인데 대출상품을 주로 하는 금고가 예술인 복지방안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 제기다.
김 정책위원은 “금고든 기금이든 정부 출연에 의해 구성된다면 이미 예술인복지재단 같은 기관이 있는데 구태여 위원회를 구성해 금고 사업으로 별도 운영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예술인복지법이 제정될 당시 언급된 예술인복지의 여러 쟁점을 놓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복지금고가 정부 정책의 하위수단화 되거나 시혜적으로 운영되면 현장예술인의 입장에서는 받은 만큼 반대급부를 제공해야 한다는 부담이 남는다”면서 “지원을 한다면 오히려 협회나 예술인단체를 매개로 해서 운영에 독립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준 서울연극협회 이사는 “예술인복지법 통과 이후 어찌됐건 진일보하고 있다는 데는 동의한다”면서 “금고 문제도 예술인 복지 사업 중 하나로, 최소한의 것이라도 빨리 시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만 위험 관리 측면에서 복지 금고 운영에서 보수적인 접근을 하는 데는 반대 의견을 내놨다. 비록 신용대출이지만 김 연구위원이 제시한 300만원 수준은 비교적 적은 금액이고 여기에서 리스크가 발생한다면 복지금고를 통해 해당 예술가를 도와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유승 한국방송연기자협회 사무총장은 “현업 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예술인복지금고가 최소한의 버팀목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기본 재원은 일차적으로 국고를 통해 나와야 하며 이후 기부한 기업, 단체에 세제혜택 같은 방법을 동원해 재원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재권 한국언론진흥재단 기금운용팀장은 “안정적 자금 운용이냐 예술인 복지정립이냐를 결국 선택해야 하는데 사회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유 팀장은 “한국언론인금고의 경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언론 유화정책으로 시작했음에도 오랜 세월을 거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자산 운용 면에서 사회적 설득력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금융연구원의 추후 보충 연구결과와 이날 토론 내용을 반영해 예술인 복지금고 설립과 운영방안의 구체적 내용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