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내게 젊음이란 불안과 좌절이 아닌, 모든 불가능에 도전하는 힘이자 긍정적인 희망이다. 젊음만의, 특유한 낙천적인 감성이 좋다."
우리 시대 청춘을 가장 진솔하게 표현한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 사진작가 라이언 맥긴리가 한국을 방문했다. 오는 7일부터 내년 2월 23일까지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는 자신의 사진전 '라이언 맥긴리-청춘, 그 찬란한 기록' 현장을 찾기 위해서다.
1977년생의 젊은 사진작가인 라이언 맥긴리는 25세에 최연소로 미국 휘트니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고 그 해에 올해의 미국 사진작가로 꼽히는 등 일찌감치 사진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현재는 일반 사진촬영 외에도 뮤지션과의 협업, 영상, 패션 등 상업사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이다.
자유와 열정, 해방, 순수, 불안, 방황, 일탈 등 젊음의 내면에 공존하는 다양한 감정들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세계는 그의 외모와 취향에서도 그대로 묻어났다. 전시 오픈을 하루 앞둔 6일 대림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라이언 맥긴리는 파리한 낯빛에 웃음기를 띈 채 록스타를 연상하게 하는 가죽 점퍼와 선글라스 차림으로 등장했다.
'젊음'이라는 인생의 찬란한 순간을 빛과 색, 에너지로 아름답게 재구성하는 라이언 맥긴리는 이번 사진전을 통해 그의 대표작 시리즈를 모두 공개한다. 이날 간담회에서 맥긴리는 자신의 사진세계를 소개하는 한편 창작의 비밀도 슬쩍 공개했다. 다음은 라이언 맥긴리와의 일문일답.
(사진제공=대림미술관)
-사진 작업을 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들은 무엇인가?
▲몇 가지 요소들이 있다. 첫 번째는 피사체다. 예술가나 글을 쓰는 사람, 공연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아주 많다. 이들에게 사진을 찍는다는 제안을 하고 그들의 여정에 함께 참여한다.
두 번째는 풍경이다. 광활한 화면에 아름다운 광경을 담고 싶다. 그래서 내 사진 속에는 모래바람이나 사막, 강, 호수가 펼쳐지게 된다.
풍경만큼이나 채광이 또 중요하다. 내가 ‘매직 아워’라고 불리는 시간대가 있다. 일출 두 시간 전과 일몰 두 시간 후다. 이때는 빛이 굉장히 부드럽다. 풍경이 보랏빛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 시간대에 대부분의 사진을 찍는다.
활동성 또한 중요한 요소인데, 내 사진 속에서는 모델들이 굉장히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뛰고, 넘어지고, 춤 추고, 바람에 머리카락을 스치게 하는 같은 이런 역동적인 요소들이 내가 사진 작업을 하는 데 중요한 요소들이다.
-‘매직 아워’를 이야기했다. 오늘 오전에도 일출을 보고 왔는지?
▲한국에서도 일출을 보긴 했다. 시차적응 문제로 새벽 4~5시에 일어나서 보느라 사진작업을 하지는 못했다.
일출이나 일몰 때 사진 찍는 일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보겠다. 일출 즈음, 그러니까 일찍 일어났을 때의 경우 세상의 조용한 것을 노릴 수 있다. 4~5시, 혹은 6시 정도에 사진 촬영을 하면 현장에서 서로 간 바디 랭귀지가 다르고 하루의 에너지를 소진하기 전이라 부드러운 분위기가 생긴다. 편안한 시간,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시간에 사진을 찍으면 그 질이 무척 다르다.
-정적인 것보다는 역동적인 것을 선호하는 것인지?
▲이번 전시에서는 에너지가 담긴 작품이 주를 이루지만 사실 내 작품에는 양면이 존재한다. 역동적인 것과 내면적인 것 모두를 다룬다.
-작품을 보면 노아의 방주 안 동물을 연상하게 하는 이미지들이 나온다. 성경으로부터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것인지 궁금하다.
▲모태신앙으로, 로마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났다. 13살까지 교회를 다녔다. 자기 전 밤마다 어머니가 성경을 읽어주셨다. 성당의 분위기, 스테인드 글라스 창에서도 영향을 받았다.
성경 속 판타지를 특히 좋아한다. 내 작품 중 '동굴 연작'에서 이런 부분이 드러난다. 특히 성경 중 요나와 고래 이야기를 좋아한다. 어렸을 적에는 어머니에게 요나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려달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동물 연작'의 경우, 성경 속 동물의 이미지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어린 시절은 어떻게 보냈나?
▲8남매 중 막내다. 어머니가 누나와 형 7명을 연년생으로 낳고 11년 후 나를 막둥이로 낳았다. 10대의 형제자매들이 나를 키웠다. 내 사진 속 모델들의 움직임이나 포착된 모습에는 내가 십대 때 봤던 형, 누나의 모습이 투영돼 있다. 현재 사진을 찍을 때 보통 10명과 함께 팀을 이루는데 많은 사람들과 다니는 게 편한 이유가 대가족에서 자랐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또 어렸을 때부터 예술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드로잉이나 페인팅을 좋아해 방과 후 수업으로 어머니가 미술 수업을 받게 했는데 11살 때 누드 모델을 앞에 두고 그림을 그리는 작업도 했다. 또 13살 때는 뉴저지에서 살았는데 방과후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나가서 노는 생활을 몇 년 했다. 10대에는 반항심이 많던 골치거리 아이였다.
-이번 전시는 본인의 모든 연작들을 다룬다. 젊은 나이에 이런 전시를 하게 되면서 어떤 생각들이 떠올랐는지?
▲지난 14년 동안의 작업을 다루는 이번 전시에 부제를 붙이자면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서베이 쇼(survey show)'라고 부르고 싶다. 이런 전시는 나로 하여금 다시금 예술가임을 일깨워주는 것이고, 이것은 내 작업에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다.
내 작업은 내가 가진 꿈을 쫓고, 그것을 다시 사진이라는 형태의 예술로 창작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만약 내가 16살 때 누드 사진작가가 되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다면 굉장히 충격 받으셨을 거다. 어떤 방식으로든 전시의 형태로 내가 하는 예술을 진행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14년 동안 하나의 비전을 쫓았던 것, 많은 땀과 열정을 쏟아 나온 결과물을 이런 전시에서 보여준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한국의 젊은 관객에게 메시지를 보낸다면?
▲나 역시도 굉장히 반항적인 영혼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메시지를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