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카드사들이 무분별한 카드 발급을 막기 위한 ‘문턱’이라 할 수 있는 연회비를 면제하거나 낮추는 등 오히려 ‘미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카드사들이 고객들의 연회비 부담을 줄여가며 신용카드 사용을 부추기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연회비 축소로 카드발급 저항감 없애
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카드사는 카드대란 이후 무분별한 카드발급을 방지하기 위해 연회비란 장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연회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며 오히려 고객 유치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초 의도는 이미 퇴색했다.
실제로 현대카드는 오는 14일부터 연회비 5000원인 '현대카드(ZERO)'를 출시한다.
고급화 이미지를 강조하며 지금까지 최저 연회비 15000원선을 지켰던 점에 비춰보면 상당히 저렴한 연회비다. 연회비에 대한 고객 부담을 사실상 없애겠다는 것.
KB국민카드도 연회비가 3000원에 불과한 카드들을 내놨다. 여기에 연간 100만원(현금서비스 포함) 이상 이용하면 다음년도 기본 연회비는 전액 면제하고 있다.
카드 발급시에도 고객에게 "카드 혜택을 보통 전월 실적 20~30만원이상 사용 시에 받기 때문에 고객의 연간 카드실적은 100만원을 충분히 넘는다”며 “첫 회비만 낸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KB국민카드는 '굴비카드(각 카드로 사용한 실적이 서로 통합돼 전체 실적으로 인정되는 방식)'혜택을 제공하고 있어, 카드가 아무리 많아도 기본 연회비는 한 번만 내면 된다. 고객들의 연회비 부담을 대폭 줄여 카드 발급에 대한 저항감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 배려인가 꼼수인가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용카드 발급에 대한 전체적인 부담이 줄어 들었고, 이는 최근 경제활동인구 1인당 신용카드 보유수가 4.8장에 달한 데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고객의 연회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배려' 뒤에는 신용카드의 문턱을 낮춰 고객 유치 경쟁을 하려는 카드사의 '꼼수'가 숨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연회비보다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매출과 수수료 이익이 훨씬 많기 때문.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고객에게 받는 연회비를 줄이는 대신 고객이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매출과 가맹점에서 받는 수수료가 카드사에게는 더 큰 이득"이라며 "모양만 연회비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카드사들이 연회비를 면제해주는 다양한 방법을 마련하면서 고객유치에만 급급하고 있다"며 "무분별하게 카드발급을 막고자 강제로 시행하도록 했던 연회비에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