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지난달 카드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솥뚜껑'시위에 이어 이달 말 룸살롱, 학원 등도 같은 취지의 항의집회를 열 예정이어서, 사실상 카드수수료를 둘러싼 카드업계-가맹점 싸움이 2라운드에 들어섰다.
그러나 정작 중재해야 할 정부는 한 발 물러난 채 가맹점과 카드사 사이에서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 자영업자 "아직 부족하다", "우리도 해달라"
앞서 정부는 카드사를 압박해 2%대이던 중소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을 1.8% 수준으로 낮췄다.
하지만 카드 수수료율을 대형마트나 백화점인 1.5%로 인하해 달라는 게 가맹점들의 입장이다.
지난 시위에 참여했던 음식 가맹점 주인은 "백화점에 비해 1%나 높은 수수료를 카드사들이 가져가고 있다"며 "힘없는 사람들에게 더 무거운 수수료 메기는 게 한국사회가 말하는 '공정사회'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평균 카드 수수료율은 2.08%.
가맹점 수수료에 대한 불만에 금융당국에서는 미국(2.06%~2.23%)이나 일본(2.5%) 사례를 들어 수수료가 높은 것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해외와 시장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카드수수료 인하방침에 제외된 유흥, 사치업종에서도 불만을 표출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오는 30일 룸살롱 등을 포함한 60여개 자영업에 종사하는 최대 500만명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촉구하는 항의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김봉일 직능경영인단체 총연합회 사무처장은 "중소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우리만 제외된 것은 불합리하다"며 " "더군다나 유흥업소는 4%이상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어 비용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 카드사 "뒷돈 챙기려는 심보다"
이에 카드사들은 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한다던 수수료 인하 요구를 모든 업종에서 이렇게 들고 일어난 것은 뒷주머니 챙기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카드사의 임원은 "영세하지 않은 자영업자들까지 덩달아 수수료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행태"라며 "수수료 인하가 더 이루어져도 영세자영업자들의 카드 결제 비중도 사실 그렇게 높지 않아 결국 돈 많은 사람들이 득보게 되는 꼴"이라며 불만을 내비쳤다.
또 대부분 영업점에서 상품 가격에 수수료를 포함시키고 있어, 오히려 높은 수수료에 대한 불만은 값을 지불하는 소비자에게서 나와야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영업점에서 카드수수료를 감안해 상품 값을 결정하는 것"이라며 "소비자가 지불하는 돈에 이미 카드 수수료가 포함돼 있어, 자영업자들은 그들의 이익을 더 많이 취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정착 정부는 '뒷짐만'
카드수수료 논란이 끊이질 않자, 나 몰라라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하루 빨리 협상의 장을 마련해야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지금도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이해당사자들이 인정하도록 협상의 장을 마련해야한다"며 "이번기회에 수수료 체계를 객관적으로 뜯어봐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우는 아이 사탕 주어 달래듯 들끓는 여론을 잠시 잠재우는 것이 아닌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라는 의미다.
서영경 YMCA신용사회 운동사무국 팀장은 "가맹점이 목소리 높일 때마다 정부가 카드사를 압력해 주먹구구식으로 내려왔다"며 "원가 검증 등 수수료 체계의 불공성을 바로 잡아서 재발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0년 넘게 이어온 가맹점 카드수수료 문제를 ‘고질병’으로 만들지 말자는 얘기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시장 논리에 개입할 수 없다며 한 발 물러나 있는 모습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카드 수수료인하 조치는 매출액 규모를 따져 인하를 한 것"이라며 "가격결정에 있어서 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