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김선수)이 '전문직 비자 쿼터 서한을 공개하라'며 외교통상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과 관련, 재판부가 해당 서한의 원본을 법원에 제출하라는 문서송부촉탁 결정을 내렸다.
12일 서울행정법원 제1부(재판장 오석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보비공개 취소청구 소송의 변론기일에서 재판장은 "토니 에드슨 당시 미국 국무부 비자담당 부차관보가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현 삼성전자 해외법무담당 사장)에게 보낸 외교서한의 원본을 제출하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진행된 변론기일에서는 당초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던 김 전 본부장이 서면으로 증인 진술서를 제출하며 첨부한 서한의 사본이 공개된 바 있다.
해당 영문 서한에는 "미 국무부는 한국인 신청자의 비자 발급 과정이 가능한 한 가장 효율적일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민변 측 송기호 변호사는 "김 전 본부장이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 의하면 '원본 서한은 주한미대사관에서 통상교섭본부에 직접 전달했다'고 적혀 있으며, 원본은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데 한국에서 사용하는 일반 A4(210x297)사이즈가 아니라 미대사관에서 사용하는 레터(Letter) 사이즈(216x279)라고 기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측 변호인은 "서한이 있다는 것은 김 본부장이 제출한 뒤 처음 알게 됐다. 한국 정부는 이를 기초로 미국 정부와 협의하지 않았으며, 이와 관련된 공식기록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제출된 서한 날짜나 서명도 없는 초안 형태인 것을 볼 때 서한을 받았다는 것은 김 본부장의 주장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재판장은 "원본을 제출하라는 문서송부촉탁 결정을 내렸으니 일단 다음 기일까지 기다려보고, 기한 내에 원본을 제출하지 않으면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 2월 3일 외교부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체결을 위한 협상에 나섰다. 같은 해 6월 제1차 협상이 진행된 이후, 이듬해 3월 12일까지 제 8차 협상까지의 교섭이 진행된 결과, 같은 해 4월 2일 '자유무역협정 협상'이 타결됐다.
그런데 미국은 같은 해 5월 10일 미국에서 민주당이 의회 선거에서 승리를 하자, 한국 정부에 추가협상을 요구했다. 이는 한 번 타결이 선언된 협상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관례를 벗어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미국의 재협상 요구를 수용하면서 한국 측의 이익을 위한 몇 가지 요구를 미국에 제시했다.
김 전 본부장의 저서 '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에 의하면 당시 외교부의 통상교섭본부장이었던 김 전 본부장은 '전문직 비자 쿼터' 확보라는 한국의 중요 이익을 미국에 요구했다.
전문직 비자 쿼터란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한국 국적자가 정식 취업하는 데에 필요한 비자를 한국 국민을 위해 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 전 본부장의 책에 의하면 김 전 본부장은 2007년 6월 25일부터 같은 달 27일까지 미국과 한미 FTA 추가 협상을 하면서 "한미 FTA 서명 이후 미 행정부가 전문직 비자 쿼터를 얻는 데 협조하겠다는 약속의 편지가 필요하다"고 미국에 요구하며 이 편지를 미국 대통령이나 담당 장관이 사인할 것을 요구했다.
이후 미국은 한국에 전문직 비자 쿼터 서한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고, 같은 달 29일 한국에 전문직 비자 쿼터 서한을 제공했다.
그러나 김 전 본부장은 서한 내용이 "한국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미국은 전문직 비자 쿼터 서한을 수정해 다시 한국에 보냈다.
이에 김 전 본부장은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하고 미국에 건너가 미국 측의 추가 협상안을 반영한 한미 FTA를 같은 달 30일 미국에서 공식 서명했다.
그런데 외교통상부는 공식 서명이 끝난 직후 한미 FTA 서명과 협상 내용을 국회와 국민에게 보고하면서도 이와 같은 '전문직 비자 쿼터' 서한의 존재와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민변은 한미 FTA 재협상의 이익을 담은 서한의 존재를 알지 못하다가 김 전 본부장의 저서가 출간된 이후 해당 서한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냈다.
다음 변론기일은 11월 9일 오전 10시 20분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