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우리기자] 주한미군이 1978년 경북 칠곡군 왜관읍 미군기지 (캠프캐럴)안에 다량의 고엽제를 묻었다는 주한미군 전역자의 발언에 대해 23일 한미 양국이 공동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22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육동한 총리실 국무차장은 한미공동조사단을 구성해 기지 내부와 주변지역에 대한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23일 오후 2시 환경부 관계자와 민간전문가 시민단체, 주민대표 등으로 구성된 공동조사팀이 캠프캐럴 기지에 들어가 고엽제가 묻힌 것으로 지목된 헬기장 등 기지 내부에 대한 현장 점검을 벌일 예정이다.
이날 현장점검에서는 그동안 미군이 사용해온 지하수 수질데이터와 각종 시설물이 들어선 부지의 사용이력 등에 대한 미군측 브리핑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 주한미군 심각성 안다면 환경오염문제 책임져야
이번 사건은 미군전역자의 증언에 따른 것으로 미국정부도 사안의 심각함을 인식하고 우리 정부 측에 적극 협의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미군이 미군기지에 한해 배타적으로 땅을 사용하거나 통제할 권한이 있기 때문에 공동조사 시기나 방법 등은 결국 미군의 결정에 달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녹색연합이 지난 2001년 서울 녹사평역 일대 토양오염을 확인하고 용산 미군기지 유류탱크에서 흘러나온다는 문제를 제기했지만 1년 정도 지난 후에야 공동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또 SOFA에 따라 국가가 먼저 환경피해를 배상한뒤 주한미군에 구상권을 청구하도록 돼있는 것도 문제다.
특히 환경오염발생 비용을 오염자가 부담해야하는 '오염자부담원칙'이 SOFA에는 없기때문에 미군 측이 오염발생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우리 정부가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 환경단체 등 "진상규명, 피해대책마련, 재발방지 촉구"
이에 환경단체 등은 추가로 고엽제가 살포됐을 가능성을 의심하며 주한미군의 환경오염문제를 규탄하고 나섰다.
23일 10시 주한 미 대사관 인근 KT앞에서 녹색연합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소, 주한미군 범죄 근절 운동본부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후 2시에는 민주노동당과 환경연합 등은 기자회견을 열어 고엽제 매립행위에 대한 진상조사와 주민 피해 배상을 촉구할 예정이다.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은 "주한미군의 환경오염사고, 반환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정화비용에만 1조원이 든다"며 "불평등한 SOFA협정과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대처로 사실규명과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약속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철재 환경연합 정책국장도 "고엽제 매립지역과 낙동강이 불과 600여m밖에 떨어져있지 않다"며 "이는 왜관 미군부대 주변 주민들과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사용한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에 칠곡 미군기지에 고엽제가 매립된 사실은 미국 애리조나 주의 CBS 계열사인 KPHO방송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캠프캐럴에서 근무한 미군 전역자 3명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밝혀졌다.
다이옥신계 고엽제는 미국 사회안에서도 베트남 파병 미군들이 정부와 고엽제 제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맹독성 화학물질로, 베트남전 이후 UN에서 화학무기로 지정돼 사용 금지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