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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시장 혼선만 가중"
상한제 도입 후 소비자에게 비용 증가 가능성 높아
입력 : 2025-10-01 오후 4:53:08
(왼쪽부터) 이성희 호서대 경영학부 교수, 김태완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서용구 한국상품학회 회장,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 이유석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가 1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한 유통생태계를 위한 플랫폼 정책 방향' 포럼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이수정 기자)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배달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 도입이 시장 전체에 활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상품학회는 1일 오후 2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배달 수수료 상한제 도입이 야기할 수 있는 부작용을 점검해보자는 취지로 '공정한 유통생태계를 위한 플랫폼 정책 방향' 포럼을 개최했습니다. 
 
배달 수수료 상한제는 소상공인 보호 배달비를 음식값의 15%를 넘지 못하게 제한하자는 겁니다. 하지만 이날 학회에서는 상한제가 단기적으로 업체 측 매출을 높일 수 있지만, 결국 소비 주체인 고객들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구조가 되면서 배달 플랫폼 시장 자체가 와해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포럼에는 △서용구 한국상품학회장 및 숙명여대 마케팅학과 교수 △한상린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김태완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이성희 호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이유석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등 학계 인사들이 참석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유정희 벤처기업협회장이 자리했습니다.

"수수료 상한제 도입 시 소비자 86% 배달 줄이겠다"
 
학회는 수수료 상한제가 적용되면 배달 플랫폼이 그동안 음식점에 부과하던 비용을 소비자에게 돌릴 것이고, 이는 결국 규제의 취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상품학회가 소비자 102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86%가 수수료 상한제가 도입되면 배달 주문을 줄이겠다고 답했습니다. 배달 횟수는 기존 한 달 평균 5.35회에서 2.11회로 6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개인 점포와 프랜차이즈 가운데 개인 점포의 배달을 줄이겠다는 응답은 42%로 나타났습니다. 
 
소비자들은 수수료 상한제가 도입되더라도 고객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없다고 보고 있었습니다. 조사 결과 상한제가 시행되도 음식점이 소비자에 주는 혜택을 늘릴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는 26%에 그쳤습니다. 또 응답자의 75%는 수수료 상한제 도입 시 무료 배달이 없어지거나 고객에게 전가될 배달비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답했습니다. 
 
학회는 미국의 한 연구 보고서에서는 수수료 상한제 시뮬레이션을 통해, 제도 도입이 오히려 소비자 주문 감소와 음식점 매출 위축 등 부정적 효과를 확인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웨스턴온타리오대 마이클 설리번(Michael Sullivan)은 지난해 배달 수수료를 적용한 결과 프랜차이즈 등 체인 식당은 주문과 매출이 증가하고, 개인 식당은 주문 수와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습니다. 수수료 상한제 규제 이후 소비자에게 부과되는 배달 수수료가 높아졌고, 배달 시간 역시 소폭 증가한 결과도 나왔습니다. 
 
김태완 건국대 교수는 "상한 규제는 필연적으로 풍선효과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며 "배달 수수료 문제는 '소비자-음식점-배달라이더-플랫폼'을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들이 얽혀 있는 만큼 근시안적이고 행정 편의적인 대안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성희 호서대학교 교수는 상한제 시행 전 소비자에게 돌아올 수 있는 피해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플랫폼 생태계는 균형점을 찾아가며 진화하고 있다"며 "규제로 연결 고리가 훼손될 경우 꾸준히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고, 이때까지 소상공인과 소비자가 누려온 소비 체인이 없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마케팅학과 교수 및 한국상품학회장이 1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한 유통생태계를 위한 플랫폼 정책 방향'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수정 기자)
 
부작용 살펴야…"선한 의도로 혼란 빚을 수 있다"
 
이날 포럼에서는 소상공인 보호로 시작한 수수료 상한제 논의가 결국 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전체를 관통했습니다. 또한 국내 1호 밴처기업 생태계 격인 배달 플랫폼 시장에 타격이 클 경우, 향후 국내 유니콘 기업들의 의지도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예방책으로 공공배달앱에 우선적으로 수수료 상한제를 시행하는 시뮬레이션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마케팅학과 교수는 "특정 지역을 지정해 실험을 먼저 해봐야 한다"며 "설리반 사례처럼 소상공인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만든 수수료 상한제가 다수의 주최에게 악영항을 미치는 결과가 나온다면 시행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배달 플랫폼 생태 특성상 박리다매식 이윤 추구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이유석 동국대학교 교수는 "상한제는 기업의 수익성 자체를 낮춰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는데, 배달 플랫폼의 경우 형태는 온라인이지만 유류비, 라이더 임금 등을 줘야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지금까지도 점유율을 위한 투자가 진행되는 시장인 만큼 수수료 상한제를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울 것"며 "정부가 추구하는 바가 소상공인 보호라면 플랫폼도 같은 목표로 노력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제도, 즉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업계는 상한제가 국내 스타트업을 규제 리스크로 내몰고 있다고 말합니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본부장 "수수료 상한제로 소비자 혜택이 줄어들면 소비자 이탈이 촉발되고 규제와 관계없이 산업 전반이 위축될 수 있음"며 "손쉬운 규제가 산업을 망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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