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평 기자] 벤처·스타트업계가 '68혁명'을 적극 지지했습니다. 68혁명으로 기금법이 개정되면 민간투자를 견인해 벤처 시장 활성화는 물론,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의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68혁명은 68개 법정기금의 일부를 기술 기반 중소기업·벤처·스타트업(중·벤·스)에 투자하도록 기금법을 개정하자는 국민운동입니다.
박희덕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지난 21일 <뉴스토마토> 유튜브 임혜자의 야단법석에 출연해 68혁명에 대해 "법정기금이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라며 "기금 투자를 통해 스타트업이나 벤처를 양성한다는 것은 개념의 전환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는 2015년에 설립된 벤처캐피탈 회사로, 국내 벤처 시장 활성화와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양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 성장을 강조했습니다. 단순한 금액 투자가 아니라 투자 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는 "박근혜정부 말부터 문재인정부 말까지 벤처 시장의 양적 성장이 이뤄져 세계 4위 수준의 투자 규모를 확보했지만, 질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산업시대 뱅킹 구조에 머물러 있다"면서 "한국의 VC가 글로벌 스탠다드 기준을 따랐다면 지난 10여년간의 성장보다 훨씬 더 영향력 있는 스타트업이 등장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법과 제도를 개정하고 개혁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박 대표는 현재의 법정기금 운용과 관련해 "법정기금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한국의 기본적인 사고철학"이라면서 "뱅킹적 사고방식에서 투자·금융 방식으로 개념을 전환하는 것이 근본적인 변화"라고 강조했습니다.
박희덕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대표(왼쪽)가 지난 21일 임혜자 K-정책금융연구소 수석부소장(오른쪽)과 지난 21일 유튜브 '임혜자의 야단법석'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임혜자의 야단법석' 갈무리)
한국형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새로운 통합 성장 트랙 완성"
이날 박 대표는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해 연내 시행을 앞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제도'에 대해 기대감을 표했습니다. BDC가 한국 스타트업 투자 재원 구조의 새로운 성장 트랙을 완성시킬 수 있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해당 법안은 김승원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입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벤처·혁신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공모펀드인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를 자본시장에 도입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이를 통해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을 개선해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앞서 미국은 1980년도부터 BDC 제도를 운영해왔습니다. 비상장 중소기업에 자산의 70% 이상을 투자하고, 수익의 90%를 주주들에게 배당하면 법인세를 면제받는 구조로 설계됐습니다.
박 대표는 "BDC 플랫폼이 마련되면 씨드와 초기 단계에서 정책자금 중심의 투자가 가능해지고, 성장 단계에서는 상장 자본시장과 연결될 것"이라며 "정책자금-VC투자-거래소를 통한 민간투자까지 이어지는 통합 성장 트랙이 구축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벤처·스타트업, 실패 통해 배울 수 있도록 시스템 갖춰야"
박희덕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대표. (사진='임혜자의 야단법석' 갈무리)
박 대표는 "한국의 벤처·스타트업은 실패했을 때 재도전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태생부터 글로벌을 지향하는 사고방식과 체계적인 지원이 필수"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재명정부가 추진하는 '100조 국민성장펀드'에 주목했습니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능력이 없거나 기술이 부족해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한 게 아니다"라며 "국민성장펀드 같은 대규모 재원을 통해 창업 단계에서 투자를 받아 다시 일어서고, 경험을 축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문제는 한국의 투자자와 기업가들이 실패를 통해 배우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전달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하이리스크-하이리턴 구조에서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어 전문 VC의 역할과 창업가의 질적 평가, 기업 빌딩업(Building up) 구조 확대가 필수적이지만, 한국은 여전히 순환보직 개념과 20년 전의 평가 기준에 머물러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창업 환경의 중요성도 강조했습니다. 그는 "창업은 달리는 자전거와 같아 멈추면 넘어지기 때문에 쉼표를 갖고 다시 달릴 수 있는 환경과 투자자가 필요하다"며 "안정적인 투자와 정책자금 공급이 뒷받침돼야 하고, 이 삼박자가 갖춰져야 세계적인 유니콘 기업이 다수 나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진행을 맡은 임혜자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 수석부소장은 "68혁명은 기술기반 중·벤·스에 대한 투자 기반을 강화해 창업 국가 대한민국으로의 전환을 이끄는 국민운동"이라며 "기업가들이 벤처 정신으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지평 기자 j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