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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피해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입력 : 2025-08-21 오후 4:12:16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가 또 발생했습니다. 지난 20일, 이태원 참사 이후 우울증을 앓던 소방대원이 실종 10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숨진 채 발견된 소방대원 A씨 시신을 검안한 결과에서 타살 흔적은 없었으며 극단적인 선택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A씨는 2022년 이태원 참사 현장에 지원을 나갔다가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부모님은 제가 그 현장을 갔던 것만으로도 힘들어하시는데, 희생자의 부모님은 어떤 마음일까"라며 "'이게 진짜가 아니었으면’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실종 뒤 A씨 지인들은 인스타그램에 A씨를 찾는다는 글을 올렸고, 이를 통해 많은 시민이 A씨를 걱정하기도 했는데요. A씨가 무사히 돌아오길 바랐지만, 그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A씨의 안타까운 죽음은 참사 이후 그가 겪은 고통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보여줍니다. 
 
도심에서 하룻밤 사이 158명이 떠났고, 이후 트라우마를 겪고 극단적 선택을 한 10대 학생까지 총 159명의 희생자를 낳았던 10·29 이태원 참사. 이제 소방관 A씨 역시 사실상 참사의 또 다른 희생자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현행법상 소방관 A씨는 이태원 참사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지난해 5월 여야 합의로 어렵게 통과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상 피해자는 '희생자의 배우자·직계존비속·형제자매'로 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도 사고 목격자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사람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법안 자체가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 반대로 피해자 범위 확대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소방관 A씨를 통해 법이 규정하지 못한 '생존 피해자'의 존재가 다시금 드러난 겁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도 생존 피해자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전날 입장을 내고 "이제라도 생존 피해자, 지역 상인과 주민 등을 포함해 구조자들과 목격자들을 폭넓게 지원하고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회복하도록 돕는 데에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일은 이태원 참사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생존 피해자들의 상처 회복 문제는 여전히 우리 사회가 떠안고 있는 과제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000일째를 맞은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지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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