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똑똑합니다. "이재명만이 트럼프에 맞설 수 있다"는 말에 백번 공감합니다. '이념'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그의 최대 장점이죠.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진=MBC 유튜브 캡처)
국민의힘에선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고 나면 '극좌 노선'으로 유턴할 거라 하지만, 전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정치 보복에 나설지는 몰라도.) 민주당 정권에선 보기 힘들었던 '실용주의 경제 노선'을 견지할 거라 감히 예상합니다.
그의 설명을 듣고 있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지점이 많습니다. 그런데 언제나 설명은 '그의 결정' 후에 뒤따라옵니다.
민주당은 중도 보수가 맞습니다. 그런데 이 대표 한 사람이 당 정체성을 규정해도 되는 문제인가요? 민주당이 거대 정당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엔, 정의당이 선점해 왔던 진보 이슈를 지속적으로 흡수한 덕이 컸습니다.
정의당이 사라지고 난 후, 울며 겨자 먹기로 민주당을 뽑아왔던 정의당 지지자들에겐 '꺼지라'는 소리입니다. 그래서 선언합니다. 이번 대선에서 '무효표'를 내겠습니다. 정의당 지지자는 아니다만, 배알이 꼬여서요.
집토끼는 언제나 집에 있을 거란 굳은 믿음, 그런 건 깨버리는 맛이 있습니다. 사표를 던지기 위해 찾는 투표장도 재미있습니다.
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니, 집토끼 1마리 정도는 상관없을 겁니다. 민주당이 노리는 지점도 이 부분이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주변에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네요.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부터, 전라도 부모님 밑에서 자라온 친구까지.
혹여나 이 대표님께서 0.73%포인트 차로 지게 되면, 다음 대선에도 나오실지 궁금해집니다.
고등학생 시절 읽었던 '우리의 집권'이란 칼럼을 잊을 수 없습니다.
"25년간 우리를 노예로 만들어온 집권강박을 떨쳐내야 한다. '그들'이 아닌 '우리'의 집권을 시작하자는 말이다. 그러다 박근혜가 집권하면 책임질 거냐고? 이명박 정권의 패악질을 막아내지 못하는 건 집권을 못해서인가, 이명박 정권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기 때문인가?"
13년이 지나 국회 출입기자가 된 지금, 비로소 공감합니다. '나'를 대변할 수 있는 정치세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를 위해 무효표를 던지겠습니다. 저는 더 나은 지도자를 가질 자격이 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