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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박수 안쳤다'고 계엄?…역대 시정연설 분석하니
상복 입고, 피켓 들고, 먼저 퇴장도...연설 중 고성까지
입력 : 2025-02-12 오후 4:54:25
[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헌법재판소에서 지난 11일 열린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 출석한 윤석열씨는 "제가 국회안 예산안 기조연설을 하러 가면 아무리 미워도 그래도 얘기 듣고 박수 한번 쳐주는 게 대화와 타협의 기본인데 (야당은) 로텐더홀에서 아예 퇴진하라고 시위를 하고 악수도 거부했다"고 했습니다.
 
당시 윤씨의 발언은 국회 측 탄핵소추인단이 "대통령이 야당과 타협은 안 해놓고 비상계엄을 선포했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주장하자, 이에 대해서 반박을 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윤씨의 말을 있는 그대로 이해한다면, 민주당 등 야당은 윤씨의 시정연설에 박수를 쳐주지도 않고 대통령과 대화와 타협도 하지 않아 궁극적으로 비상계엄을 초래한 겁니다.
 
즉, 윤씨의 말은 '전임 대통령 때는 시정연설을 하면 야당이 박수도 치고 '먼저' 대화와 타협에 나섰기 때문에 구태여 비상계엄을 선포하지 않았다'는 말이 됩니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내란 범죄를 저지른 윤씨 외에 다른 대통령들은 시정연설 때 박수 한번 제대로 치지 않는 야당과 어떻게 관계를 정립했는지 팩트체크를 해봤습니다.
 
윤석열씨가 지난 2023년 10월31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퇴장하며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문재인 땐 '상복 차림' 착석 
 
시정연설은 정부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대통령이 직접 국회에 와서 예산안에 관해 설명하는 연설입니다.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한 이유와 주요 내용을 직접 설명하고 국회를 설득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야당은 시정연설을 정치적으로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2017년 11월1일 문재인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를 찾았습니다.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을 비롯해 정의당·국민의당 등 의원들은 문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박수를 쳤습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 대통령이 입장할 때부터 시정연설을 하는 내내 박수를 단 한 번도 치지 않았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문재인정부가 공영방송을 장악하려고 해 공영방송이 죽어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검은 정장에 검은 넥타이, 근조(謹弔) 리본을 달고 '상복 차림'으로 본회의장에 앉아 있었습니다.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는 중간 갑자기 일어서서  ‘北 나포어선 7일간 행적 밝혀라’, ‘북핵규탄 UN 결의안 기권 밝혀라’, ‘공영방송 장악음모 밝혀라’ 등 플래카드를 들고 문제 제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마친 후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손을 건네 악수를 청했습니다. 당시 이 모습을 본 민주당 의원들은 환호하며 소리쳤고, 자유한국당 의원 20여 명은 한 손에는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불편한 자세로 악수를 하는 묘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2년이 지난 2019년 10월22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며 검찰개혁법안 처리 등을 당부하자 본회의장에 참석한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손으로 'X자'를 그리며 문 대통령을 비토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시선을 야당 의원석 쪽으로 돌리면 아예 등을 보이거나 시정연설 전에 먼저 퇴장하는 의원까지 있었습니다.
 
2021년 10월28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듬 해인 2020년 10월에도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10월22일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려고 하자 국민의힘(자유한국당은 2020년 9월에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개정) 의원들은 로텐더홀에서 길게 늘어선 뒤 '이게 나라냐'라며 항의했습니다.
  
박수치지 않는 야당, 연설 도중 퇴장도
 
2015년 10월27일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 때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내 친박계 의원들이 연설 중요 부분마다 격하게 박수를 쳤습니다. 박수 소리에 박 대통령의 연설이 끊기기도 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박수를 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박 대통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을 언급할 때는 도중에 일어나 본회의장을 나가는 의원들도 있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2년 7월 국회 개원에 맞춰 연설을 했지만, 단 한 차례도 박수를 받지 못했습니다. 통상적으로 국회 개원식에서 대통령이 연설을 하면 야당도 예의상 박수를 칩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그런 대우도 받지 못한 겁니다.  
 
2008년 7월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는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국민을 이기는 대통령은 없다'는 현수막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정연설 중 박수도 받지 못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노 대통령은 2003년 2월13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했지만,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은 노 대통령이 국회에 입장할 때도, 연설을 하는 중간에도, 연설을 마치고 나가는 순간까지도 단 한 번도 박수를 치지 않았습니다.
 
윤씨의 주장대로라면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 임기 내내 시정연설에서 푸대접을 받은 문 전 대통령도 비상계엄을 선포해야 했던 겁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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