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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용산 출신'에 장악 우려
경찰 내 '친윤' 박현수 경찰국장, 치안정감 승진
입력 : 2025-02-06 오후 5:49:07
[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박현수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이 치안정감으로 승진했습니다. 경찰 총수인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 계급입니다. 박 국장은 윤석열정부에서만 세 계급을 올라가는 초고속 승진으로 경찰 2인자가 됐습니다. 박 국장은 경찰애서 대표적 친윤(친윤석열) 라인으로 꼽힙니다. 공교롭게도 박 국장과 함께 승진한 치안감들 역시 용산 대통령실과 근무연이 있습니다. 경찰 내부에선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된 윤석열씨와 용산 대통령실이 정권 막바지까지 경찰을 장악하기 위해 '옥중 인사'를 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는 6일 박 국장을 서울경찰청장 후보로 추천했습니다. 이의가 없으면 10일 서울청장에 취임할 전망입니다. 앞서 경찰청은 전날 박 국장을 치안정감으로 승진 내정하는 고위직 인사를 단행한 바 있습니다. 현재 서울청장 자리는 김봉식 전 청장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기소되면서 비었습니다. 
 
서울시 서대문구 경찰청 전경. (사진=뉴시스)
 
치안정감은 △경찰 국가수사본부장 △경찰청 차장 △서울청장 △경기남부경찰청장 △부산경찰청장 △인천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 7명입니다. 이 가운데 서울경찰청은 경찰 조직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곳입니다. 자연스레 경찰 조직의 '넘버 2'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박 국장은 가장 유력한 차기 경찰청장 후보가 된 겁니다. 
 
그러나 이번 인사를 두고 경찰 내부와 정치권에선 반발이 거셉니다. 사실상 윤씨의 내란죄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리에 '콕 집어' 친윤 인사를 배치한 겁니다. 박 국장의 이력과 행적들을 보면 기우가 아닙니다.
 
박 국장은 윤씨가 20대 대선에 당선된 후 2022년 5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이듬해 1월엔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에 파견됐습니다. 그리고 그해 9월 치안감으로 승진, 경찰청 치안정보국장이 됐습니다. 지난해 6월엔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으로 이동한 후 이번에 치안정감으로까지 승진했습니다. 이전의 박근혜정부 땐 서울청 홍보계운영계장으로 근무했습니다. 특히 박 국장은 12·3 비상계엄 당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임정주 경찰청 경비국장 등과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계엄에 관련됐다는 의혹이 있는 겁니다. 
 
박현수 경찰국장,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박 국장 만이 아닙니다. 함께 승진 대상에 오른 조정래·남제현·박종섭 치안감도 용산 대통령실과 직간접적으로 근무연이 있습니다. 조 치안감은 대통령실 경호를 맡은 101경비단 부단장으로 파견 나갔다가 경찰청 치안정보국 치안정보심의관으로 근무했습니다. 남 치안감은 국정상황실에, 박 치안감은 국무조정실에 파견된 인물입니다. 특히 이들은 윤석열정부 2년 차인 지난 2023년 12월 총경에서 경무관으로 승진했는데, 1년2개월 만에 또 직급이 올랐습니다. 이들의 동시 승진은 경찰 내부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이 나옵니다.
 
이러다 보니 윤씨가 옥중에서 친윤 라인을 전진 배치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실제로 통상 경찰 고위직 인사를 할 때는 평판조회, 검증 등을 위한 정보 수집 과정에서 하마평이 흘러나오는데, 이번 인사에선 하마평이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윤석열정부와 연이 있는 '코드 인사'를 대놓고 모두 승진시킨 것 역시 드문 일로 평가됩니다. 류삼영 전 총경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경찰에서 1%도 안 되는 파견인사들 중 100%가 다 승진했다"며 "'이번 인사는 이례적으로 외부 기관에 파견된 사람들이 승진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됐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사정기관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인데 '친윤' 인사가 치안정감으로 승진하고 용산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함께 승진한 건 윤석열씨 의중이 반영된 옥중 인사라고 봐야 한다"면서 "이들은 정권과 함께 직책에서 물러나는 순장조가 아니다. 정권교체 이후에도 경찰 수뇌부에 윤석열라인을 심어 내란죄 수사 등을 좌지우지 하겠다는 속셈"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정치권에서도 반발이 나옵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대통령 탄핵 중에도 경찰 고위직 인사는 피의자 윤석열만을 위한 직무대행 3인의 만행"이라며 "피의자 윤석열의 뜻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오직 윤석열만을 위한 말도 안되는 인사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내란혐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서도 경찰 인사 문제가 거론됐습니다. 한병도 민주당 의원은 최상목 권한대행에게 박 국장이 계엄 당시 이상민 장관, 조지호 청장, 임정주 국장, 강상문 영등포경찰서장 등과 통화한 내역을 제시하며 "박 국장은 조 경찰청장과 김 서울청장 수사가 끝나면 고발 대상자"라며 "인사를 다시 검토해야 하지 않겠느냐. 국회에서도 최고의 중요한 문제로 삼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올해 3월28일 임기가 끝나는 우종수 국수본부장 자리에 누가 후임으로 임명될 지도 관심입니다. 경찰의 12·3 비상계엄 수사는 윤씨 기소로 마무리 수순이지만, 윤씨에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대통령 경호처에 대해선 수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비화폰으로 검찰 수뇌부와 통화한 것, 12·3 계엄 직전 김성훈 경호차장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것 등도 수사 중입니다. 일각에선 국수본부장까지 용산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 배치될 경우 수사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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