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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처' 논란에 폐지안까지 발의…과천은 뒤숭숭
윤씨 체포 과정서 '무능론' 자처...이상민 장관 사건도 돌려보내
입력 : 2025-02-05 오후 5:00:28
[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요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분위기는 뒤숭숭합니다.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씨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무능 논란에 빠졌던 데다 국민의힘에선 공수처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기 때문입니다. 
 
공수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와 공조해 윤씨를 체포했고, 검찰에 자료를 넘겨 윤씨가 형사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성과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보여준 시간끌기 등의 행태가 '폐지론'의 빌미를 준 것입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청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3일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폐지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박 의원은 법안을 발의한 이유에 대해 "공수처는 연간 평균 운영비가 200억원에 달하는 데 반해 2023년까지 체포 및 구속영장 발부율이 0였고, 기소율은 0.08%에 불과하다"며 "설립 취지와 다르게 수사역량 부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공수처는 수사·기소 권한이 없는 사건에도 위법 수사를 강행, 대통령 수사를 공수처 존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박 의원의 법안은 공수처에서 수사 중인 사건과 기소해 재판에 넘겨진 사건을 관할 검찰청으로 넘기도록 했습니다.  
 
박 의원의 법안은 그간 윤씨 측이 법원에 체포적부심 등을 청구하거나 공수처의 조사를 거부하면서 주장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앞서 윤씨는 지난달 15일 공수처에 체포된 이튿날 법원에 체포적부심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습니다. 따라서 공수처의 수사가 위법·부당하다는 국민의힘의 주장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의 법안에 담긴 '무능론'은 공수처에 자처한 바가 큽니다. 공수처는 윤씨에 대한 1차 체포 영장이 발부된 지난달 3일로부터 나흘이 지나서야 집행에 들어가 5시간 반 만에 포기하더니, 그 주말에는 눈이 많이 온다는 이유를 대며 또 기회를 차버렸습니다. 심지어 오동운 공수처장은 윤씨의 체포영장을 집행하면서 "윤씨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은 하되 예의는 지킬 것"이라고 말해 '내란수괴 예우'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습니다.
 
체포영장 유효기한 마지막 날에는 느닷없이 경찰과 협의도 없이 경찰에 영장 집행을 위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가 하루 만에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공수처와 경찰이 체포영장 집행을 놓고 서로 공을 넘기다 결국 다시 공수처가 하기로 제자리걸음을 한 겁니다.
 
결국 공수처는 지난달 15일 윤씨를 체포했지만, 체포 당일 조사를 제외하고 윤씨가 조사에 불응하면서 마땅히 조사를 하지 못한 채로 시간을 보내다가 23일 사건을 검찰로 송부하면서 윤씨 측의 '구속기한 만료' 주장의 빌미를 주기도 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선 공수처를 '공손처'라고 비아냥거릴 정도입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공수처는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을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건을 지난해 12월16일과 26일 경찰과 검찰로부터 넘겨받았지만 한달 반만에 다시 경찰과 검찰로 각각 돌려보내면서 시간을 끌었습니다. 
 
공수처는 그러나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공수처에 대해서 비판하기 때문에 내부는 뒤숭숭하고, 인력 보강 등 현실적 벽에 부딪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공수처 한 관계자는 "검찰은 행정업무를 하는 직원들이 있기 때문에 수사에만 집중할 수 있지만, 공수처는 수사관이 대부분 처리해야 되기 때문에 수사 업무에만 집중하기도 어렵다"라고 토로했습니다.
 
공수처법상 행정직원의 수는 20명 이내, 수사관의 숫자는 40명입니다. 이마저도 검찰에서 인원을 파견 받을 경우 포함되는 숫자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파견을 받는 것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수사에만 집중해야될 수사관들이 행정업무까지도 직접처리할 수 밖에 없는 상태기 때문에 인원 보강 등의 후속 입법이 필요한 겁니다.
 
또 25명이 정원인 공수처 검사의 숫자도 절반도 안 되는 12명입니다. 처·차장을 빼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윤씨가 임명을 보류하고 탄핵절차에 돌입하면서 임명 대기를 기다리는 인원만 7명입니다.
 
인력 보강이 미뤄지면서 주요 사건들의 수사도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공수처는 해병대 채상병 사건, 김건희씨 공천개입 의혹, 감사원 표적 감사 의혹 등 대부분의 사건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채 상병 사건은 1년이 훌쩍 지났지만 매듭짓지 못했고, 감사원 표적 감사 의혹은 채상병 사건에 인력이 집중되면서 정지된 상태입니다.
 
그러나 윤씨 체포 과정에서 공수처와 경찰이 공조해 검찰을 통하지 않고 영장을 청구해 본 사례는 매우 중요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향후 공수처의 설립 취지대로 검찰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때도 이같은 사례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문재인정부 시절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최강욱 전 의원은 "공수처의 설립 취지처럼 수사기소가 분리됐을 때 어떻게 될 것인지 실제로 적용을 해 본 것이고, 향후 검찰의 비리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때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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