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친윤'(친윤석열)으로 분류되는 박현수 치안정감이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로 발령 나자 경찰 내부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사실상 윤석열씨의 내란죄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리에 '콕 집어' 친윤 인사를 배치한 것에 대한 문제 제기입니다. 경찰 내부망에선 "승진이 정권의 눈치를 본다"라는 글이 올라왔고, 한 경찰 간부는 "충성에 대한 보은 인사"라고 지적했습니다.
박현수 서울청장 직무대리, 보수정권서 승승장구
지난 10일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가 공식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앞서 박 직무대리는 닷새 전인 5일 치안정감으로 승진했고,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는 이튿날인 6일 그를 서울경찰청장 후보로 추천한 바 있습니다.
박 직무대리는 경찰 내에서 대표적인 친윤 라인입니다. 그는 윤씨가 20대 대선에 당선된 후 2022년 5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이듬해 1월엔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에 파견됐습니다. 그리고 그해 9월 치안감으로 승진, 경찰청 치안정보국장이 됐습니다. 지난해 6월엔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으로 이동한 후 이번에 치안정감으로까지 승진한 겁니다.
서울시 종로구 서울경찰청 전경. (사진=연합뉴스)
특히 박 직무대리는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 등 보수정권과도 연이 깊습니다. 보수정권에서 승진을 거듭하고 승승장구한 겁니다. 실제로 경찰청이 11일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박 직무대리는 2008년 4월 이명박정부, 2016년 7월 박근혜정부, 2022년 7월 윤석열정부 등 보수정권에서만 세 차례나 대통령실에 파견됐습니다. 경찰 내부에서 최근 10년 동안 박 직무대리보다 승진 속도가 빠른 건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중요임무종사죄로 구속된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1명뿐입니다.
박 직무대리는 평균적으로 6년10개월 소요되는 경무관 승진을 6년1개월 만에, 평균 1년11개월 걸리는 치안감 승진도 9개월 만에 했습니다. 경무관부터 치안정감까지 세 단계 승진에 평균(3년)보다 크게 빠른 수준인 2년1개월 밖에 걸린 겁니다. 이러다 보니 경찰 내부와 정치권에선 박 직무대리의 승진과 서울경찰청장 발령엔 윤씨의 '옥중인사'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현수, 내란 관련 의혹엔 "국회에서 말씀드릴 것"
박 직무대리는 그간 '친윤 라인', '윤석열 코드인사' 논란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취임 당일 기자들과 만나서도 "그간 국회에 출석해 소상히 다 말씀드렸지만, 시간이 없어 상세한 말씀을 못 드렸다"며 "오는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가서 소상히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박 직무대리는 12·3 비상계엄 당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임정주 경찰청 경비국장 등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 내란에 관련됐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때문에 윤씨의 내란죄 수사와 향후 치뤄질 조기대선 관련 경찰의 역할이 중요해진 시점에서 박 직무대리가 공정하게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 (사진=연합뉴스)
경찰 안팎서 문제제기…"박현수, 정권 비위 맞춰"
경찰 내부에선 박 직무대리 승진과 임명을 두고 애초 인사 자체가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선 한 경찰청 간부는 "박 직무대리에 대한 인사는 그간 충성에 대한 마지막 보은 인사"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이번 인사는 내란죄 수사 압박을 위한 포석, 조기대선 염두로 읽힐 수 있지만, 실제 분위기상 이상한 지시는 따르기 어렵다"며 "지금 분위기에 수사 축소로는 가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승진 대상이었지만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고 있는 남제현 신임 경찰국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경찰 출신인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은 10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경찰국장은 전국의 지방청장 인사부터 총경급 서장 인사를 다 좌지우지할 수 있다"라며 "(남 신임 국장이) 비화폰 수사를 총괄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 인사를 다른 곳으로 빼려 한다는 말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9일 경찰 내부망(현장활력소)에는 "지금 경찰 조직의 현실을 보면 기가 막힐 뿐"이라며 "경찰 조직을 위해 헌신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실과 권력기관을 전전하며 정권의 비위를 맞춘 사람이 단숨에 승진하는 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승진이 정권의 눈치를 보는 자들만의 리그가 되어 버리면, 결국 경찰 조직 전체가 국민이 아닌 정권 편에 서게 된다. 그렇게 되면 경찰이 경찰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11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도 입장을 내고 "내란 관여 의혹이 있는 고위 경찰들을 승진시킨 인사는 용납될 수 없다"며 "이번 경찰 승진 인사는 계엄 수사 확대를 막고 윤석열의 의중을 반영한 인사로, 이 인사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내란의 공범이라는 오명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