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금융에서 대출받기 어려워 불법 사금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차주들이 적잖습니다. 경기 악화로 서민과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고조되면서 생계형 자금 수요가 지속되고 있지만, 대부업체를 비롯한 제도권 금융의 대출 문턱은 높아지면서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불법 사금융 피해 상담·신고 건수도 급증하고 있는데요. 추심방식이 악랄해지면서 피해가 폭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금감원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상담·신고 건수는 1만2398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1만1278건에 비해 9.9%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10월까지 세부 피해 유형을 보면 미등록 불법 대부업체 관련이 5604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 뒤로 채권추심 2429건, 고금리 1868건, 불법광고 1390건, 불법 수수료 584건, 유사수신 523건 등이었습니다.
채권추심 피해상담·신고 건수는 같은 기간 기준 2020년 479건, 2021년 746건, 2022년 892건, 2023년 1621건, 2024년 2429건 등으로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4년만에 5배로 폭증한 셈입니다.
악랄한 채권추심 방식으로 고통받는 저신용 차주들의 피해도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유치원생 딸을 홀로 키우던 30대 싱글맘이 딸이 다니는 유치원 선생님에게까지 빚 독촉을 하는 불법추심에 시달린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불법 사금융 피해는 특히 서민과 취약계층에게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불법을 저지른 사채업자들의 처벌 수위가 높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지난 2023년 기준 채권추심법 위반 사건의 1심 판결 78건 가운데 징역형 실형 선고는 13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불법 사금융 단속을 강화하는 방안 외에도 서민들이 돈을 빌릴 수 있는 제도권 금융이나 정책금융을 활성화해야 할 필요성도 대두됩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법정 최고금리는 조정되지 않아 대부업 시장 기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그동안 이어져 오던 법정 최고금리 인하기조는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또 "대부업 시장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법정 최고금리를 인상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조속하게 논의할 시점"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대부업을 정상화하고 법정 최고 금리 연 20%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조속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얘깁니다.
저신용·서민을 위한다는 정부의 조치는 '규제의 역설'처럼 급전 대출의 문턱을 높여 서민들을 고금리 불법 사금융에 빠지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다행히 오는 7월부터 시행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은 대부계약 과정에서 성착취 추심, 인신매매, 신체상해, 폭행·협박 등의 행위가 있거나, 대부이자율이 최고이자율의 3배 이상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을 초과하는 경우 등 반사회적 불법대부계약은 원금과 이자를 무효화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는데요. 해당 방안이 범죄 피해예방과 피해구제 효과를 대폭 높이는 효과가 있길 기대해 봅니다.
서울 명동거리에 붙은 대출 광고물.(사진=연합뉴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