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 업무를 볼 때 느끼는 점 하나는 비대면이 늘어났다는 겁니다. 실제로 은행의 비대면·디지털 전환으로 은행의 점포 수가 감소하고 있는데요. 조직 슬림화 등으로 은행의 필요 인력도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은행 점포가 1년 사이 50곳 넘게 사라졌습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국내 은행 점포 수(해외 점포 포함)는 총 5849곳으로, 1년 전(5902곳)보다 53곳 줄었습니다.
은행 점포 수는 최근 감소하는 추세인데요. 비대면 거래 비중이 확대된 영향이 큽니다. 창구를 직접 찾는 고객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자, 은행들은 여러 영업점을 하나로 합해 대형화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우리은행은 최근 서울 종로구 세종로금융센터를 비롯한 전국 점포 21곳을 인근 점포로 통폐합했습니다. 예·적금 가입이나 대출 신청의 70~80%가 비대면으로 이뤄진 데 따른 조치입니다. 비용 효율화를 위해 점포 축소라는 경영 전략을 택한 것이지요.
하지만 비대면에 따른 격차 발생 문제는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지역 간 점포 수 격차가 발생하고, 비대면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의 불편이 야기된다는 얘기입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은행 점포 이용을 위해 소비자가 최소한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서울, 부산, 대전은 1km를 넘지 않았습니다. 반면 강원, 전남, 경북은 최대 27km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은행 점포 분포에 대한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고령화 수준이 높은 지역일수록 은행 점포에 대한 물리적 접근성은 대체로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며 "디지털화에 가장 취약한 계층인 고령층을 중심으로 금융소외 심화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소비자들이 금융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금융 산업이 당연히 수행해야 할 책무입니다. 영업점 축소가 불가피하다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대안을 마련할 때입니다.
ATM기기.(사진=연합뉴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