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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의 밴드유랑)히츠지분가쿠, 한국 청춘 위한 음의 무지개
펜타포트로 첫 내한 "음악보다 큰 의미의 음악 하고 싶어"
입력 : 2023-08-22 오후 4: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맑은 공기처럼 아름답고 신비롭게 퍼지는 현악 선율, 펜더 기타의 이펙터로부터 안개처럼 흘러나오는 자욱한 노이즈 잔향, 그리고 가끔 알록달록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는 오르프 악기들….
 
슬로우 템포의 드림 팝(아름다운 멜로디와 기타 효과음을 활용해 노이즈를 내는 록의 하위 장르·발만 쳐다보고 연주한다 해서 슈게이징이라고도 함)이 빚어내는 이 절경은 흡사 세계의 끝 아이슬란드의 동화 마을 같은 정겨움.
 
"시규어로스(아이슬란드 록 밴드)의 현악과 록이 결합된 오케스트라 느낌을 어릴 적부터 너무 좋아했거든요. 어떤 메시지를 전한다기보다는, 제 스스로 하는 이야기를 위주로 음악을 만들곤 합니다."(시오츠카 모에카)
 
최근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23' 무대로 한국 땅을 처음 밟은 일본 록 밴드 히츠지분가쿠 멤버들, 시오츠카 모에카(보컬·기타), 카사이 유리카(베이스), 후쿠다 히로아(드럼). 사진=소니뮤직코리아
 
최근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23' 무대로 한국 땅을 처음 밟은 일본 록 밴드 히츠지분가쿠 멤버들, 시오츠카 모에카(보컬·기타), 카사이 유리카(베이스), 후쿠다 히로아(드럼)를 만났습니다. 무대 위 모네의 수련 같은 정경을 펼쳐내는 심오한 이들의 음(音)의 미학은 무대 아래서도 연결된다는 인상을 줬습니다. 시크한 표정과 어울리는 검은색 패션, 앞머리로 눈을 전부 덮은 후쿠다의 헤어스타일, 그러나 아주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펼쳐가는 조곤조곤함.
 
2011년 결성해 2015년 지금 멤버들로 재편했습니다. 멤버 모두가 20대 중후반의 나이. 밴드 이름을 한자로 표현하면 양문학(羊文學). 
 
"'양(羊)'이라는 글자가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들었거든요. 문학을 뒤에 붙인 건 음악보다 큰 의미의 음악을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문학적이라기보다는 일기에 가까운 느낌으로 곡을 만들고 있지만요."(시오츠카 모에타)
 
"우리의 음악은 그대로 우리의 성격 같다"는 이들은 지난해 발표한 최근작 'Our hope'에서도 그 결을 유지합니다. "우리의 성격 자체나, 영화 혹은 드라마를 보더라도 느끼는 그대로 음악이 되거든요. 'Our hope'에서도 어떤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기보다는, 제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마음가짐으로 썼던 것 같습니다."(시오츠카 모에타)
 
최근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23' 무대로 한국 땅을 처음 밟은 일본 록 밴드 히츠지분가쿠 멤버들, 시오츠카 모에카(보컬·기타), 카사이 유리카(베이스), 후쿠다 히로아(드럼). 사진=소니뮤직코리아
 
멤버들은 Z세대답게 소셜미디어(SNS) DM(다이렉트메시지)로 소통하다 뭉쳤습니다. 후쿠다는 소속 밴드 없이 다른 스쿨 밴드를 서포트하다가 이름에 끌려 드러오게 됐고, 카사이는 원래 다른 밴드에서 기타를 담당했다가 이 팀의 노래에 끌려 베이스 연주자로 섭외됐다고. "슈게이징, 포스트록, 얼터너티브를 좋아하던 상황에서 모에타의 목소리가 매력적이라 들어왔어요."(후쿠다 히로아) "원래 이 팀을 알고 있었고 4년 뒤 들어오게 됐어요. 전 원래 기타를 쳤는데 베이스 연주자가 없다는 거예요. '그럼 내가 하지, 뭐!' 했어요."(카사이 유리카)
 
첫 음반 '젊은이들에게'가 다소 무거운 인상이 드는 앨범이라면, EP '반짝반짝'부터는 밝은 팝적인 부분을 서서히 드러내는 흐름이 'Our hope'까지 연결됩니다. 올해 펜타포트 무대에서도 연주한 이 반짝거리는 팝적인 선율은 물대포 위로 떠오르는 무지개와도 같았습니다.
 
최근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23' 무대로 한국 땅을 처음 밟은 일본 록 밴드 히츠지분가쿠 멤버들, 시오츠카 모에카(보컬·기타), 카사이 유리카(베이스), 후쿠다 히로아(드럼). 사진=소니뮤직코리아
 
현재 가장 힘든 세대라는 말을 듣는 한국 청춘들에게도 이 젊음이나 희망에 관한 곡의 울림은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밴드에게 20대와 청춘의 의미는 무엇이고, 힘든 일들을 겪는 한국 청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묻자 잠시 고개를 숙이더니 골똘히 생각에 잠깁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23살 때 독립을 했었어요. 학교를 열심히 갔지만 좋아하진 않았고, 라이브하우스를 줄곧 가서 공연하곤 했죠. '내가 어디로 가면 좋을까.' 돈을 벌기 시작하며 여러 자유로움을 얻게 됐어요. 20대 청춘의 의미라고 한다면 부모와의 관계 돌아보고,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것 같은 삶이 아닐까."(시오츠카 모에카)
 
최근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23' 무대로 한국 땅을 처음 밟은 일본 록 밴드 히츠지분가쿠 멤버들, 시오츠카 모에카(보컬·기타), 카사이 유리카(베이스), 후쿠다 히로아(드럼). 사진=소니뮤직코리아
 
"20대 청춘은 아무것도 없는 지평선 같은 느낌이지만, 호기심에 끌려가는 시기라 생각해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할 수 없는 것이 조금씩 보이는 시기가 아닌가 싶어요."(카사이 유리카)
 
"10대에는 여러가지 감각적으로 선택을 했다고는 하는데, 20대가 되면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들을 찾아가는 것 같아요. 문학적인 것이나 말하는 것이나. 10대 때가 되면서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되기 시작 하고, 그런 측면에서 변화를 느낀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후쿠다 히로아)
 
시오츠카 모에카는 "수험 준비할 때는 대학 준비로 14시간씩 공부를 하곤 했던 기억도 있다"며 "이걸 놓치면 세상이 끝난다 생각하고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청춘의 경험은 지금 일에도 도움이 된다. 그날의 라이브는 한번이고, 특히 해외 투어라면 많은 물량과 비용이 움직이므로 완벽해 해내야만 한다"고 했습니다.
 
"그치만 누구도 제게 완벽해야 한다고 강요하진 않죠. 즐기면서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만약 실패해도 그 외 선택지가 많으니까, 어쨌거나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시오츠카 모에카)
 
최근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23' 무대로 한국 땅을 처음 밟은 일본 록 밴드 히츠지분가쿠 멤버들, 시오츠카 모에카(보컬·기타), 카사이 유리카(베이스), 후쿠다 히로아(드럼). 사진=소니뮤직코리아
 
평소 세 멤버끼리는 연애담 같은 사적인 일도 서로 나눌 정도로 친한 사이라고 합니다. "후쿠다는 주로 얘기를 많이 들어주는 편인데요. 책이나 영화 같은 서브 컬쳐 얘기가 나오면 이야기가 제일 많아져요. (웃음)" (시오츠카 모에카)
 
밴드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세 멤버는 "목표를 이루고 움직이는 스타일은 아니다"라며 웃었습니다. "당장에는 음반 녹음과 밸런스를 잡으면서 라이브를 열심히 하고 싶어요. 눈 앞에 하나하나 하다 보면 조금씩 커지는 것 같아요."
 
최근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23' 무대로 한국 땅을 처음 밟은 일본 록 밴드 히츠지분가쿠 멤버들, 시오츠카 모에카(보컬·기타), 카사이 유리카(베이스), 후쿠다 히로아(드럼). 사진=소니뮤직코리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권익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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