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K팝 곡들이 밴드셋으로 변주될 때마다 국가와 인종, 세대 간 경계가 없는 수만 관중의 후렴구 제창에 상전벽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미권의 팝 공연을 우러러보던 시절의 역전 현상이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와 뉴진스, 록 밴드 더 로즈가 최근 펼친 미국 대형 음악 축제 '롤라팔루자 시카고' 무대는 K팝이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에 대한 증명이었습니다.
팬데믹 시기,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전 세계에 닿았던 K팝 음악이 현장의 생생한 라이브로 터져 나올 때, 그 폭발 위력을 증명할 수 있는 장(場)이었습니다. K팝 글로벌 신드롬의 물리적 현현(顯現)이었던 셈입니다. 미국 주요 일간 시카코트리뷴 역시 '롤라팔루자의 2023년은 K팝을 위한 거대한 해'라 정의했습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방탄소년단(BTS) 제이홉에 이어 K팝 가수 중 두 번째로 올해 이 무대에 간판 출연진으로 나섰다. 사진=빅히트뮤직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는 5일(현지시간, 한국시간 6일) 대형 음악 축제 롤라팔루자에서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방탄소년단(BTS) 제이홉에 이어 K팝 가수 중 두 번째입니다. 약 90분간 다양한 장르의 20곡으로 버드 라이트 스테이지(BUD LIGHT STAGE) 피날레를 장식했습니다.
시작 전부터 "TXT"를 연호하는 관중들의 응원 속에 등장한 그룹은 에너지 넘치는 록 기반의 '제로 바이 원 러브송'(0X1=LOVESONG)(I Know I Love You)(feat. Seori)과 '디어 스푸트니크'로 공연을 활짝 열어젖혔습니다.
단체곡을 시작으로 연준·휴닝카이의 '론리 보이(Lonely Boy)', 수빈·범규·태현의 '서스데이스 차일드 해스 파 투 고(Thursday's Child Has Far To Go)' 유닛 무대, 코이 르레이(Coi Leray)와 함께 선보인 '해피 풀스(Happy Fools)'(feat. Coi Leray) 및 '플레이어스(Players)' 매시업 무대 등이 펼쳐졌습니다. 특히, 멤버들의 자작곡 '블루 스프링'(Blue Spring)을 부를 때는 수만 명의 관객이 일제히 휴대전화 플래시를 흔들면서 함께 노래를 불렀습니다.
최근 미국 팝 그룹 조나스 브라더스(Jonas Brothers)와 합작한 싱글 '두 잇 라이크 댓(Do It Like That)'도 처음 라이브로 선보여 큰 호응을 끌어냈습니다. 이날 다양한 장르의 20곡 모두를 라이브 밴드 연주에 맞춰 소화한 점은 흔한 세계 팝 뮤직 라이브처럼 보여줌으로써, 기존 K팝 공연의 정형화된 틀을 탈피하려는 시도처럼 느껴졌습니다.
미 롤라팔루자 무대에 지난 3일 오른 그룹 뉴진스. 사진=어도어
TXT에 앞서 지난 3일 뉴진스 역시 50분 동안 총 2부로 나눠 구성하면서 공연 전달력을 높게 평가받았습니다. 데뷔 EP와 싱글을 묶어 밴드셋으로 전달한 1부에서는 펑키한 기타 그루브가 돋보이는 '어텐션', 직선적인 기타 음색이 잘 들리는 '쿠키' 등의 편곡 무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디토(ditto)'와 '오엠지(OMG)' 때 스크린에 가득한 구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연출 미학에 현지 카메라도 시카고의 여름 풍경을 360도로 잡는 식으로 대응했습니다.
'슈퍼 샤이', 'ETA', '쿨 위드 유' 같은 최근 곡들의 무대에 대해 현지 매체는 90년대 R&B 풍 미국 걸그룹들을 연상시켰다고도 봤습니다. 토끼 모양의 머리 띠를 하고 공식 응원봉을 든 뉴진스의 글로벌 팬덤 '버니즈'들은 '뉴진스 시대'가 온 것처럼 후렴구를 함께 제창했습니다. 이날 뉴진스 무대는 이 축제의 오후 5시 공연 기준 역대 최다 인파 동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날 해외 팬덤이 많은 록 밴드 더로즈도 데뷔 6주년을 기념하는 무대로 프라임타임인 밤 9시부터 10시 현장을 달궜습니다. R&B 가수 DPR 이안과 DPR 라이브의 공연도 펼쳐졌습니다. K팝이 세계로 뻗어가는 상황에서 한국의 록 등 다른 장르음악들도 미국으로 점차 나아가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3일 미 롤라팔루자 무대에 오른 그룹 뉴진스. 사진=어도어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