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허지은·유근윤·신유미 기자] 싱가포르는 채용 문을 넓혀 많은 해외 인재를 모집하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 변화가 감지됩니다. 자국민에게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채용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국내 시중은행들의 싱가포르지점에서는 현재 한국인 주재원과 현지인 채용 비율을 현재 5 대 5 비율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 지점장은 "장기적으로는 싱가포르 현지인 채용 비율을 70%까지 늘려야한다는 게 이 나라의 방침"이라고 전했습니다. 또다른 지점장은 "은행 본점이 아니라 현지 지점 차원에서 독자적인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며 "한국 금융사에서 일을 하고 싶어 입행을 하고, 관리자급까지 승진을 희망하면서 장기간 근무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습니다.
싱가포르에 진출한 국내 시중은행들도 한국 주재원과 현지인 채용 비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자국인 우선 채용을 위해 고용할당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우리은행 싱가포르 지점 직원들이 업무를 보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현재 싱가포르는 자국민 채용 비율을 정해두는 '고용할당제(쿼터, Quota)'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용할당제는 외국인을 고용하기 위해 일정 수의 싱가포르 국적자 혹은 영주권자를 의무 고용하도록 한 제도입니다. 다시 말해 한 회사 내에 싱가포르 시민권자 및 영주권자 직원 수에 따라서 고용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의 수가 제한이 돼 있다는 것입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외국인력 의존을 낮추고 자국민 채용을 확대하기 위해 2013년 이후부터 외국인력 고용부담금(Foreign Work Levy)과 외국인력 쿼터 요건을 적용해 점진적으로 외국인 취업비자 발급조건을 강화했습니다. 싱가포르의 세가지 취업비자 중 두 종류는 경력직 근로자에 경우에도 현지인 채용에 따른 고용할당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10여년간 싱가포르 금융권에서 HR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한국인 A씨는 "싱가포르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자국민 채용을 장려하기 위해 취업비자 발급을 위한 급여 요건을 강화하고 고용할당제를 실시했다"며 "구체적인 쿼터 비율은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자국민 위주로 인력을 선발하도록 기준이 강화됐다"고 설명했습니다.
NUS 캠퍼스 내부 카페테리아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 모습. 많은 NUS 학생들이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자국민이냐 외국인이냐에 따라 채용에서 차지하는 우위는 전혀 다릅니다. 싱가포르가 자국민을 우선 채용하도록 하는 쿼터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 = 유근윤 기자)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지난 4~5년 사이 싱가포르에서 자국민 보호주의가 강해지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이전까지만 해도 싱가포르 회사들은 채용에서 외국인, 자국민 관계 없이 자유롭게 채용을 할 수 있었지만 고용할당제가 실시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취재팀이 만난 싱가포르 학생과 해외 유학생 사이에서도 금융권 취업을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싱가포르 현지인인 대학생 샤오 한(Xiao han)씨는 "싱가포르 금융권은 현지 학생을 많이 채용한다"며 취업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지만 한국인 유학생 정현지씨는 "현지 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하면 96% 정도 취업이 되지만 유학생들은 취업이 보다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9)편에서 계속>
글로벌 금융사들이 포진해있는 싱가포르 강가에는 직장인들이 퇴근 후 하나둘 모여 맥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사진은 싱가포르 강가에 위치한 보트 퀘이(Boat Quay) 입구 모습. (사진 = 허지은 기자)
허지은·유근윤·신유미 기자 hj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