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허지은·유근윤 기자] 싱가포르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허브로 부상할 수 있었던 비결은 지리학적인 선천적 요인도 있지만 '화끈한 당근'과 '적절한 채찍'을 구사하고 있는 점이 우선 꼽힙니다.
한국의 경제학자 신장섭 교수는 현재 싱가포르 최고 명문인 싱가포르국립대학교(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NUS) 경제학과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 특별 취재팀은 지난 27일 직접 NUS를 방문해 신 교수를 만났습니다. 신 교수는 가장 먼저 싱가포르에 돈이 모이게 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싱가포르는 영국 식민지 때부터 금융 중심지였습니다.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 싱가포르는 이미 쌓아놓은 것을 기반으로 확장한 것이지, 없던 것을 새로 만든 게 아닙니다. 다만 1980년대 이전까지는 세계적 금융 중심지로 홍콩이 더 잘 알려져 있었습니다. 싱가포르는 1980년대 이후 금융시장을 더 키워나갔죠. 펀드 매니지먼트를 끌어들이고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요. 예를 들면 싱가포르는 비교적 낮은 법인세를 책정하고 양도세, 증여세, 상속세를 면제해 주는 등 세제혜택을 줬습니다. 돈 많은 사람들에게는 돈을 갖다 놓고 불리기에 천국과 같은 곳이 됐습니다."
한국의 경제학자로 싱가포르와 한국의 금융 시장을 통찰하고 있는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사진)는 싱가포르가 세계적 금융허브가 된 비결로 강력한 세제혜택과 동남아 진출에 용이한 지리적 환경을 들었습니다. 안정적인 정책은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싱가포르의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사진 = 유근윤 기자)
이렇게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뒀지만 막상 싱가포르에 진출한 기업들은 강력한 규제를 맞닥뜨리게 됩니다. 싱가포르에 진출한 기업들로 인해 싱가포르 경제의 유동성 위기가 닥치지 않도록 강력히 통제하기 때문입니다. 강력한 통제가 먹히는 비결에는 싱가포르가 동남아 금융의 '정거장'이라는 점도 있습니다.
"외국계 은행이 잘못했을 때 문 닫고 쫒아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유동성 문제에 대한 규제가 강합니다. 작은 나라인 만큼 갑자기 돈이 빠져나가면 전체 경제가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 달러에 대한 투기도 강하게 막고 있는데 같은 이유입니다. 싱가포르 진출 기업에 대해 높은 자본금을 두도록 하고 있고요. 금융사들은 싱가포르의 이런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싱가포르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싱가포르에 진출하면 동남아는 물론 인도, 더 나아가 오스트레일리아 등 유럽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게 되니까요."
NUS학생들이 이용하는 카페테리아로,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습니다. 스타벅스 앞에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모두 건물 앞마당을 향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학생들은 NUS 곳곳에서 녹지를 보며 공부할 수 있습니다. (사진=허지은 기자)
싱가포르는 최근 들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전후로 위기를 맞고 있는 홍콩을 대신할 아주 나은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데요. 신 교수도 이 변화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제 싱가포르는 '아시아 1위 금융허브'로 통했던 홍콩의 아성을 넘보고 있습니다.
"홍콩이나 대만의 금융 시장은 불안한 상태입니다. 그간 돈을 번 사람들이 중국이나 중국과 관계있는 국가에 돈을 두고 있었다가, 홍콩이 불안해지면서 싱가포르로 돈을 옮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게 싱가포르에 들어오고 있는 금액이 상당히 큰 규모에요."
여기에 싱가포르 금융시장의 제2의 성장 비결이 있습니다. 바로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금융 정책입니다. 타 국가의 위기를 기회로 삼은 셈입니다.
"금융시장이 크는 데 있어 정책적인 안정성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홍콩 시장에 대해서도 그런 믿음이 있었지만, 최근 중국의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중국 정부의 상황에 따라 홍콩이 어떻게 달라질지 불확실해졌지요. 이에 자산가들은 그 전만큼 홍콩에서 자유롭게 돈을 굴릴 수 있다는 것에 의문 부호를 던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자산을 분산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고, 지정학적 우려가 있는 대만보다는 싱가포르가 더 나은 선택지로 꼽힌 겁니다." <(4)편에서 계속>
NUS동문회관(Shaw Foundation Alumni House) 전경. NUS는 이곳에서 일년 연중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실시합니다. 졸업생들도 이용 가능합니다. (사진=뉴스토마토)
싱가포르=허지은·유근윤 기자 hj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