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공매도에 따른 공포심리가 커지고 있지만, 금융당국 수장들은 공매도 전면 금지에 대한 입장에서 온도차를 보여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 공매도 대기자금으로 대차잔고는 연중 최고를 찍었으며, 코스피200의 공매도 비중은 10%를 넘어섰다. 금리 상승으로 얼어붙은 주식시장에 레고랜드 발 자금경색까지 겹치며 일부 증권사들은 코스피 2000 붕괴론까지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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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거래 비중은 일평균 5.40%를 기록했다. 3%대였던 7월·8월에 비해 공매도 비중이 쑥 커졌다. 지난 20일에는 공매도 대금이 9293억원을 기록하면서 전체 거래대금의 6.8%를 차지하기도 했다.
코스피200으로 범위를 좁히면 공매도 비중은 10%를 돌파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200 종목에 대한 정체 거래량 대비 공매도 비율은 10%를 넘었다. 공매도 비율이 10%를 돌파한 건 코로나19 확산 당시인 2020년 2월 이후 2년8개월 만이다.
'공매도 대기 자금'으로 불리는 대차잔고는 공매도 재개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21일 기준 공매도 잔고는 66조여원, 20억8331주에 달한다. 올해 주가가 많이 빠진 탓에 잔고 레벨 자체가 크게 늘진 않았으나 주식 수는 공매도 재개 이후 처음으로 20억주를 돌파, 21억주에 육박한다. 대차잔고는 빌린 주식의 잔고를 의미한다.
이 같은 상황에 공매도 금지에 대한 개인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증시 하락의 모든 원인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하락장에서 증시 펀더멘탈을 더 약화하는 데는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대표는 "주가가 이미 급락할 땐 공포로 인해 매물이 매물을 부르는 관성으로 주가가 겉잡을 수 없이 빠지며 후속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며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주식을 빌려와 매도 주문을 넣는 투자 전략이다. 향후 주가가 떨어지면 수익을 볼 수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비관적인 주식 전망을 내놓으면서 공매도 잔고는 대량 보유하고 있는 점도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을 야기하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네이버의 주가 폭락 배경에 외국계 증권사의 공매도가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거래소 등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일 증권사 A와 B는 네이버의 포쉬마크 인수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서를 제출하고 4~5일 이틀에 걸쳐 네이버 주식 271만5279주를 순매도했다. 또한 양일간 28만1160주를 공매도했다. 이틀 간 주가는 15% 이상 폭락했다.
하지만 공매도 금지에 대해 금융위원회와 감독당국 수장들은 일관된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아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공매도(금지)는 언제, 어떤 식으로 표현하든 시장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떻게 하겠다고 말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시장에서 불안 요인을 이용한 쏠림이 있을 때 공매도를 포함한 안정조치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시장 교란 상황이 큰 경우 여러 가능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매도 금지 카드는 지금까지 총 3번 등장했다. 금융위기로 인한 급락장에서 2008년 10월1일~2009년 5월31일까지 약 8개월 공매도가 금지됐으며, 유럽 재정위기 등 사태가 터진 2011년에도 8월10일~11월9일까지 짧게 공매도를 금지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급락장에서 정부는 3월17일부터 이듬해 4월까지 공매도를 금지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