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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안정카드 적기는①)당국, 실기 우려에 '노심초사'…증안펀드 집행 시기 저울질
금융사들 이번주 내부 이사회 개최해 가동 준비 마무리
입력 : 2022-10-2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코스피 2000선 붕괴론 등 시장의 비관적 시각은 강해지면서 투자자들의 정책 당국 개입에 대한 기대와 실망감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7월 취임 당시 '증시안정펀드(증안펀드), 공매도 금지 등 모든 정책적 수단을 고려하겠다'고 말한 지 세달이 지났지만, 코스피가 약 200포인트(pt) 빠지도록 아직 '준비' 또는 '검토' 단계이기 때문이다.
 
이르면 이번주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가동 준비가 마무리되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집행 시기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일각에서는 증시 안정 카드의 활용 적기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0여개 금융사들은 증안펀드 기금 마련을 위한 이사회 보고 및 의결을 이번주 중 마무리할 예정이다. 코로나 당시 금융사들이 맺은 증안펀드 기금은 매입 약정 1년 단위, 펀드 존속기간 3년 등이었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에게 약정 기간을 추가로 연장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증안 펀드는 증시 하락 시 시장에 자금을 투입해줄 '구원투수'로 불린다. 국내에서는 2003년 카드 대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투입된 바 있으며 2020년 팬데믹 당시에 역대급 규모인 10조7600억원이 조성됐으나 이후 세계 증시가 반등해 실제 가동되진 않았다. 이번 증안펀드에선 코로나 때 투입되지 않은 10조여원이 그대로 조성될 예정이다.
 
금융사들의 출자만 마무리되면 증안펀드는 이번주라도 당장 가동이 가능해진다. 강신우 증안펀드 투자관리위원장은 "금융사들이 출자를 위한 내부 이사회 승인을 마무리하면 투자관리위원회가 모여 어떤 수준, 어떤 상황에서 자금을 활용할지 나름의 시나리오를 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펀드 재원이 민간 금융회사로부터 조달되는 만큼 투입 시기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매도 증가에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공포심리가 강해지자 투자자들 사이에선 신속한 정부 개입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7월11일 취임 당시 "시장 급변 상황서 공매도뿐만 아니라 증안펀드 등도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증안펀드 재가동 준비는 그로부터 약 3개월이 지난 10월 초부터 시작됐다. 코스피는 그 사이 2400선에서 2130까지 하락했다. 증안펀드 재가동 준비 역시 이달 중순에 마칠 것으로 예상됐으나, 금융사들의 출자 준비 등으로 인해 이달 말에야 마무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 금지 카드에도 당국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공매도(금지)는 언제, 어떤 식으로 표현하든 시장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떻게 하겠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표=뉴스토마토
 
이달 재가동 준비를 마치더라도 실제 집행은 보수적으로 이뤄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당국은 언제든 즉시 가동할 수 있도록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활용 시기나 집행 기준 등에 대해선 아직 함구 상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말 "증안펀드는 시기를 잘못 들어가면 효과가 없다"며 "금융회사와 시장 전문가들과 어느 정도 시점에 들어가면 효과가 있을지 논의 중이니 의견이 모아질 것"이라고 했다.
 
금융사들이 내부 이사회 승인을 받는 동안 코스피가 다시 2200선을 회복한 점 역시 당국이 증안펀드 카드를 급하게 꺼내들지 않을 거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코스피는 증안펀드가 발표 직전 2130선까지 하락했으나, 이후 다시 2200선 넘겼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위원장의 발언과 코로나 팬데믹 당시 증안펀드 조성 시기를 감안할 때 증안펀드가 재가동되기 위해선 팬데믹 당시와 같은 패닉셀 장세 또는 기타 신흥국 대비 과도한 조정이 있는 등 이상 징후라고 뚜렷하게 부를 수 있는 현상이 발생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시장 참여자 모두가 패닉 상태였던 팬데믹 초기에는 저점 직전 일주일 수익률이 약 마이너스 20%를 기록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증안펀드 투입에 앞서 공매도 금지 카드가 먼저 쓰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매도 금지를 먼저 시행하지 않으면 자금을 투입해도 공매도 세력이 투기에 나서 자금 투입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2020년 3월에도 증시 급락 시 정부는 24일 증안펀드 조성 방안 발표에 앞서 한시적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약 열흘 먼저 썼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12일 금융감독원과 함께 금융시장 합동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우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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