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건설 ‘유보라 천안 두정역’ 견본주택에서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반도건설)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아파트 브랜드 ‘반도 유보라’로 알려진 건설전문기업 반도그룹이 계열사 합병을 추진한다. 금리인상과 거래절벽으로 주택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실적이 없는 계열사를 정리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벌떼입찰’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다만 주력 자회사인 반도건설의 경우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2년 연속 30위권에 머무는 등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어 이번 계열사 합병이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15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반도건설은 오는 16일 주주총회를 열고 자회사 화인개발을 흡수 합병하는 안을 결의할 예정이다. 같은 날 반도종합건설은 지분 100%를 보유한 △대영개발 △대호개발 △한길개발 △한영개발 등 4곳을 흡수 합병할 계획이다.
합병기일은 내달 31일로, 합병비율은 1.0대 0.0으로 산출됐다. 현재 반도건설과 반도종합건설은 반도홀딩스의 완전 자회사로, 손자회사인 피합병회사의 지분을 100% 가지고 있는데다 관련 회사에 대한 신주를 발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합병은 지난해 반도건설과 반도종합건설의 자회사인 하우징개발·제니스개발, 한올개발·한숲개발 등 4을 정리한 이후 약 1년 반 만에 추진되는 것으로, 경쟁력 강화와 경영합리화 차원에서 단행됐다.
공공택지지구에서 계열사를 동원한 ‘벌떼입찰’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정부 역시 해당 건설사에 대해 환수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관련 논란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성이 커진데 따른 대응으로 분석된다.
(표=뉴스토마토)
호반건설·대방건설·중흥건설·우미건설 등 일부 중견 건설사의 경우 택지 확보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시행계열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진데다 한정된 도급사업을 놓고 경쟁도 치열해진 까닭에 영업이 부진한 계열사를 정리,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실제 반도건설의 합병회사인 화인개발은 지난해 9억53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반도종합건설 자회사인 대영개발의 당기순손실은 8억9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대영개발의 자산총계와 부채총계, 자본총계는 각각 11억5000만원, 11억8800만원, -3800만원으로 부채가 자본금보다 큰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같은 기간 한길개발은 14억9500만원의 순익을 시현했지만 대호개발은 69억95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한영개발은 70억5600만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반도그룹 차원에서는 그룹을 재정비하는 등 포트폴리오 개선이 필요한 셈이다.
한때 12위까지 올랐던 반도건설이 경쟁력 제고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반도건설의 시공능력평가액은 1461억원으로 32위를 기록했다. 이는 34위에 그쳤던 작년(시평액·1264억원)보다 2단계 오른 수준이다. 하지만 2018년 이후 3년간 10위권에 머무르며 2000억원대의 시공평가액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출 볼륨을 더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공공택지) 낙찰을 받지도 않았고 계열사 흡수 합병 역시 최근 문제가 된 '벌떼 입찰'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면서 "내부적으로 경쟁력을 제고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재정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