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티맵모빌리티와 대리운전 업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대리운전 업계는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에도 티맵이 우회적으로 시장 확대를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티맵은 업계와의 상생을 바탕으로 산업 발전을 꾀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양측 모두 중재권을 쥐고 있는 동반위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동반위는 추석 이후 개최되는 회의에서 관련 논의를 이어간다.
5일 대리운전 업계에 따르면 한국플랫폼운전자노동조합과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은 지난달 31일부터 SK 본사 앞에서 시작한 'SK티맵 로지소프트, 갑질 중단 쇄신 촉구 1인 시위'를 당분간 지속할 방침이다. 이들은 "로지소프트의 갑질을 대기업이 나서서 대규모로 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는 상황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말로만 상생을 운운하면서 시간 끌기를 하지 말라"고 규탄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일에는 중소 대리운전 사업자들로 구성된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가 같은 자리에서 '대리운전 소상공인 시장 지키기 전국 총 궐기대회'를 열었다. 연합회는 "허울뿐인 상생안으로 가스라이팅을 일삼는 티맵을 믿을 수 없다"며 모기업인 SK가 나서서 티맵의 대리운전 시장 철수를 이끌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는 지난 1일 SK 본사 앞에서 티맵모빌리티의 대리운전 시장 철수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대리운전 업계의 두 단체가 요구하는 내용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 중심에는 모두 티맵의 로지소프트 인수가 있다. 로지소프트는 전화콜 중개 프로그램 1위 사업자다. 소위 '전화콜'이라 불리는 기존의 대리운전 업체들은 로지의 프로그램을 통해야만 대리기사들에게 콜을 할당할 수 있다.
대리운전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티맵이 로지의 시스템과의 연동을 통해 전화콜을 공유하는 것이다. 콜 연동이 되면 로지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는 기존 전화콜 업체가 수행하지 않는 콜을 티맵이 가져갈 수 있게 된다. 유선콜의 평균 배차율이 70%가 채 되지 않게 때문에 최소 30%의 미배차 콜을 티맵이 가져갈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연합회 측은 "콜공유가 허용된다면 영세 소상공인들을 보호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티맵의 로지 인수가 시장 확장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티맵은 "부르면 바로 잡히는 대리운전 시장 환경을 조성하고 이용자에게 더욱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전화콜의 미배차 콜을 수행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티맵은 "기존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승객·기사에 더욱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기존 로지에 대한 현장의 불만은 기사들의 목소리를 듣고 전반적으로 점검 및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티맵은 로지와의 정식 연동에 앞서 오류 개선 등을 위해 시범 운영을 하고 있다.
결국 공은 동반위로 넘어갔다. 동반위는 이번주 중 실무위 단계에서의 논의를 마치고 오는 21일 예정된 동반성장위원회로 안건을 올린다. 동반위는 일단 양 측에 6개월가량의 시범 운영 기간을 둘 것을 제시한 상황이다. 콜 연동으로 전반적인 배차율이 올라갈 것이란 기대도 부정할 수는 없는 만큼, 시범 운영 과정에서 대리운전 업계가 우려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동반위가 재심의를 통해 데이터 연동 불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겠다는 제안이다. 동반위의 재심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권고안이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권고안을 수정할 수 있다는 조항에 근거해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연합회는 동반위의 이 같은 중재안에도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은 "거대자본을 가진 대기업과 콜을 공유한다면 시장의 기울기가 급속히 대기업쪽으로 흘러갈 것"이라며 "6개월 뒤면 이미 삶의 터전을 잃고 돌아갈 곳도 없다"고 호소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