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전경. (사진=백아란기자)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2.00%포인트.’
최근 1년 간 오른 기준금리 인상 폭이다. 작년 8월 한국은행은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상향 조정하며 ‘저금리 시대’ 종말에 막을 올린 이후 같은 해 11월부터 올해 1월(1.25%)·4월(1.5%)·5월(1.75%)·7월(2.25%)·8월(2.5%)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7%로 7개월 만에 둔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경제 악화로 수출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등 경기 하방위험과 기대 인플레이션, 환율 방어 등을 고려한 조치다.
문제는 기준금리가 빠른 속도로 높아지면서 건설업계에 직격탄이 가해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저금리 기조 속에서 주택가격이 오르고 분양이 늘어나는 등 수주 확대를 꾀했지만,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금리 인상에 접어들면서 미분양이 급증하는 등 주택건설시장의 침체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지표에는 하방압력이 커진 상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8월 다섯째주(29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13% 하락하며 전주(-0.11%)에 비해 낙폭이 확대됐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2019년 1월28일(-0.14%) 조사 이후 43개월 만에 가장 크게 떨어진 것으로, 지난 5월30일(-0.01%) 하락 전환한 이후 14주 연속 내림세를 그리고 있다.
KB부동산의 월간주택시장동향을 살펴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7879만원으로 전월(12억8058만원)보다 179만원 하락했으며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도 5억6083만원에서 5억5842만원으로 줄었다.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과 집값 고점 인식이 반영되면서 미분양도 늘었다.
올해 7월 말 기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미분양 아파트는 4529가구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올해 1월(1325가구)부터 7개월째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2일 현재 6만2280건으로 한달전(6만2396건·아실 기준)에 견줘 0.2% 감소했다. 원자재가격 상승에 이어 금리인상까지 악재가 겹치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에도 먹구름이 낀 것이다.
기준금리 추이.(표=한국은행)
국내 대형건설사들의 미청구공사금액도 올들어 크게 늘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업황이 악화한 상황에서 공사비 인상여부를 놓고 시행사(조합)와 이견을 빚으며 공기가 지연된 데다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미분양이 늘어나는 등 국내외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까닭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포스코건설·대우건설 등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미청구공사금액 총 합계는 13조2153억원으로 작년 말(10조9476억원)보다 20.71% 증가했다.
여기에 금통위가 연내 남은 두 차례(10·11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75∼3.00%까지 0.25∼0.50%포인트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거래절벽과 매물적체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미 6%대를 넘어선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연말께 7%대에 진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분양시기를 조율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한국은행 또한 최근 ‘주택시장 리스크 평가’ 보고서를 통해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릴 경우 주택가격이 2년 후 최대 2.8%가량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주택가격 고평가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금리상승,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차입여건이 악화하면서 하방압력이 점차 강화될 것이라는 평가다.
김승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건설업종의 상승 여력을 제한하는 것은 부진한 업황”이라며 “부동산 개발업자(시행사)의 입장에서 현재 부동산 시장은 공사비와 조달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서 이익은 줄어드는데, 그만큼 가격(분양가)을 높게 팔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시장 전반적으로 수요 감소로 인해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데 이는 미분양 증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라며 “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정비 역시 단기간 공사비가 크게 오른 경우 공사비 증액 협상을 시도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물리적으로 착공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사비가 협상되기 전에 착공하지 않을 것이고, 조합 입장에서는 공사비 증액만큼 전부 분담금 증가로 이어지므로 저항이 거셀 것이기 때문”이라며 “결국 건설사들의 분양 가이던스 달성이 어려워질 것을 의미하고, 매출액 증가 둔화 혹은 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