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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비대위' 속도전…당헌·당규 해석 놓고 여진 지속
비대위 출범 놓고 '당이 비상상황 맞냐'·'이준석 복귀 여부' 핵심 쟁점 부상
입력 : 2022-08-04 오후 5:03:51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국민의힘이 조기 전당대회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방향을 정했지만, 당헌·당규 개정과 해석을 놓고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당 주류는 당대표 직무대행이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당헌·당규를 바꾸고, 비대위가 출범하면 이준석 대표는 당대표에서 자동으로 해임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 대표 측에서는 이 대표에게 당대표 복귀 길을 터주는 당헌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엇갈린 주장 본질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로 규정한 이 대표가 있다. 
 
4일 조해진·하태경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위가 출범해도 이준석 대표의 직무 복귀가 가능토록 하는 당헌 개정안을 발의, 오는 5일 상임전국위원회에 상정하겠다고 예고했다. 현행 당헌 96조(비상대책위원회) 5항은 "비대위가 설치되면 최고위원회의는 즉시 해산되며, 비대위는 최고위 기능을 수행하고 비대위원장은 당대표의 지위와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했다. 두 사람은 여기에 "당대표가 '사고'일 경우 비대위는 당대표의 지위를 해치지 않고, 그가 직무에 복귀할 때까지만 활동한다"는 조항을 추가할 계획이다.
 
두 사람이 당헌 개정안을 발의키로 한 건 비대위 출범 과정에서 당헌·당규 해석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가 불거지면서다. 비대위 출범의 근거인 당헌·당규 해석을 놓고 이준석 대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 친윤(친윤석열) 대 비윤이 대립하는 지점은 크게 두 가지다. 현재 당의 상황이 비대위가 출범할 정도로 '비상상황'이냐는 점과 당대표가 당원권이 정지된 '사고'일 경우 비대위로 전환하면 당대표는 자동으로 해임되느냐 하는 점이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과 하태경 의원이 4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당헌개정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1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현 사태를 '비상상황'으로 규정, 당 지도체제를 비대위로 전환하는 데 뜻을 모았다. 이 대표가 성접대 의혹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6개월 정지의 중징계를 받은 '사고' 상황에서 배현진·윤영석·조수진 최고위원이 연이어 사퇴를 선언하고 권성동 원내대표마저 당대표 직무대행에서 물러나겠다고 사의를 밝히자 지도부가 와해된 데 따른 조치였다.
 
이에 국민의힘은 오는 5일 상임전국위원회, 9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당헌·당규 개정과 비대위 출범 등을 의결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전국위 의장인 서병수 의원이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로드맵에 따르면, 먼저 상임전국위를 통해 현재 당이 '비상상황'에 처한 게 맞는지에 대해 유권해석부터 하게 된다. 상임전국위에서 비상상황이 맞다는 결론이 나면 전국위에서 당헌·당규를 개정한 뒤 비대위원장 임명 절차까지 밟게 된다. 당헌 개정은 당대표 또는 당대표 권한대행에 국한한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을 직무대행으로까지 넓히는 게 핵심. 이렇게 되면 권성동 원내대표도 '당대표 직무대행 권한'으로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게 된다. 
 
서 의원은 이와 함께 비대위가 출범할 경우 당헌에 따라 이 대표의 당대표 자격도 상실한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비대위는 가급적 짧은 시간 내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임시기구여야 하고, 새 지도부는 임기 2년이 돼야 한다"며 "비대위 출범과 동시에 기존 지도부는 해산하므로 이준석 대표의 (당대표)복귀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비대위 전환을 서두르는 쪽에선 이 대표가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데다 최고위원회 구성원 8명(당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최고위원 5명) 중 4명(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배현진·윤영석·조수진 최고위원)이 빠지는 사건이 발생, 최고위가 기능을 상실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비대위 출범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이준석 대표는 직무가 잠시 정지된 것뿐이고,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한 게 아니므로 비상상황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또 권성동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자격으로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은 만큼 직무대행 사의시 원내대표까지 사퇴해야 한다며,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면 된다고 반격했다. 
 
3일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전국위원회 의장)이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특히 2일 최고위가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소집을 의결하자 "'기능을 상실했다'는 최고위가 전국위 소집 등을 의결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떠올랐다. 이 대표도 "반지의 제왕에도 언데드(Undead)가 나온다"며 "절대반지를 향한 그들의 탐욕은 계속된다"고 꼬집었을 정도. 언데드는 '되살아난 시체'라는 뜻으로, 배현진·윤영석 최고위원이 사퇴를 선언했음에도 최고위에 나와 표결에 나선 걸 지적한 것이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어떻게든 (이준석 복귀 저지를)실현시키기 위해 당헌·당규도 바꾸고, 비상이 아니라더니 비상을 선포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조해진·하태경 의원은 비상상황의 정의에 관해 "당대표의 궐위나 사고 때 최고위가 위원들의 사퇴 표명으로 의사정족수 또는 의결정족수 불성립이 예고되는 등"으로 더 구체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핵심 쟁점은 비대위 이후 이 대표의 복귀 여부와 새 지도부의 임기다. 당초 이 대표는 비대위 출범엔 반대하면서도 비대위가 당원권 6개월 정지가 해제되는 내년 1월9일까지만 한시적으로 존속한다면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서병수 의원은 비대위 로드맵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의 복귀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면서 새 지도부의 임기를 2년으로 못 박았다. 그런데 현행 당헌 26조(당 대표의 선출)의 3항과 4항을 보면 "궐위된 당대표의 잔여 임기가 6개월 이상일 경우엔 궐위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임시 전당대회를 개최해 당대표를 지명해야 하고, 임기는 전임자의 잔여 임기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6월11일 선출됐고, 이달 기준으로 임기가 300일이나 넘게 남았다. 때문에 올해 12월 전에 조기 전당대회로 새 대표를 선출한다면, 새 당대표는 이 대표의 잔여 임기만 채우고 물러나야 해 '임기 2년'이 보장될 수 없다.
 
이런 탓에 비대위가 사실상 이 대표를 축출하기 위한 기구라는 의심만 더 커졌다. 조해진·하태경 의원이 "젊은 당대표를 몰아내기 위해 명분 없는 징계에 이어 '억지 당헌 개정'까지 하려고 한다"며 "당의 단합과 결속을 바탕으로 외연을 확대하는 덧셈정치가 아니라,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빈대와 벼룩 잡다가 초가삼간을 태우는 제 살 깍아먹기식 뺄셈정치가 문제"라고 지적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도 "당이 지금 하는 걸 보면 최소한의 절차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이라며 "원칙을 무시하는 게 무슨 보수정당이고, 공정과 상식을 이야기한 윤석열정부의 집권여당인지 잘 모르겠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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