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국민의힘이 조기 전당대회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방향을 정하면서 이준석 대표의 대응과 출구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이 대표가 버티기로 일관, 외곽에서 여론전에 나선 가운데 당 일각에선 더 이상의 갈등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며 '명예로운 퇴진의 길을 열어주자'는 여론도 감지된다.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속내가 명확히 드러난 만큼 탄압 프레임을 가동, 동정론을 유발해 차후 정치적 길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는 상처만 남길 게 뻔하다. 윤 대통령과 당의 지지도가 동반 추락을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명예로운 길을 택하는 데는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이 이 대표에게 어떤 회유책을 제시할 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장인 서병수 의원은 3일 여의도 국회에서 당 지도체제 로드맵을 발표하며 "비대위는 가급적 짧은 시간 내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임시기구여야 하고, 비대위 이후 새 지도부는 임기 2년의 온전한 지도부가 돼야 한다"면서 "비대위 출범과 동시에 기존 지도부는 해산하기 때문에 이준석 대표의 (당대표)복귀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비대위가 자신의 당원권 정지 기간인 6개월에 한해 운영되는 한시적 기구라면 용인하지만, 조기 전당대회를 위한 비대위라면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강경 입장이었다. 그런데 서 의원의 발표대로라면 비대위의 성격이 무엇이 됐든 이 대표의 당무 복귀 길은 차단되게 된다. 또 절차적 하자의 지적을 덜기 위해 당헌·당규 개정에도 나서기로 했다.
3일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전국위원회 의장)이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서 의원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오는 5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대위 출범 요건을 갖추기 위해 상임전국위에서 현 상황을 '비상상황'으로 규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 대표에 대한 윤리위 징계를 '궐위'가 아닌 '사고'로 규정한 터라, '비상상황'에 대한 유권해석이 필요하다. 이어 9일 당헌·당규를 개정해 당대표 또는 당대표 권한대행에 국한한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을 직무대행으로까지 넓힌다. 마지막으로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이 새로운 비대위원장을 임명하고 전국위원회가 이를 의결, 인준하는 것으로 비대위 전환은 마무리 짓게 된다. 물리적으로 이 대표에게 주어진 '당대표'로서의 시간은 길어야 일주일인 셈. 이러다 보니 비대위 출범 그 자체보다 이 대표의 차후 대응과 출구전략에 관심이 더 쏠린다. 이 대표가 극렬히 반대할 경우 비대위가 가동되는 동안은 물론 새 지도부 출범 후에도 내홍이 불가피하다.
현재 이 대표는 비대위 출범의 절차적 정당성을 따지는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비롯해 버티기에 대한 의지가 완강하다. 이 대표는 서 의원의 기자회견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비상이 아니라고 해서 지난 3주 동안 이준석은 지역을 돌면서 당원 만난 것 밖에 없다"며 "어떻게든 (이준석 복귀 저지를) 실현시키기 위해 당헌·당규도 바꾸고, 비상이 아니라더니 비상을 선포하고, 사퇴한 최고위원이 살아나 (최고위)표결을 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노림수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당대표를 조직적으로 축출한다며 탄압 프레임을 가동, 역공에 나서는 것이다. 이 대표는 당원권 정지 이후 2030과의 꾸준한 소통을 통해 우군 확보에 애썼다. '이준석 죽이기'를 막기 위한 온라인 당원가입에도 열을 올렸다. 더군다나 문자 유출 사태로 윤 대통령의 속내(내부총질 당대표)도 명확히 드러났다. 이 대표의 계산엔 윤 대통령의 학습효과도 자리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정부에서 총애를 받아 검찰총장에까지 오른 윤 대통령은 조국 사태를 계기로 청와대와 충돌, 법무부 징계를 받는 등 우여곡절 끝에 중도 사퇴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탄압 프레임이 가동되면서, 일순간에 반문의 정점에 서게 됐다. 권력과 불의에 맞서는 정의로운 검사 이미지도 더해졌다. 결국 국민 지지를 바탕으로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입당, 대선후보 자리를 꿰찼고 제20대 대통령에까지 올랐다. 살아있는 권력으로부터 탄압받는 정의의 검사 이미지가 윤 대통령의 최대 자산이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향후 계획 관련해 "당에서 가처분신청을 하겠다는 의원도 있고, 당원 중에서도 나설 분들이 있는 걸로 안다"며 "자의로 당대표에서 물러나지 않고 비대위 전환의 절차적 정당성을 따지겠다"라고 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도 이날 YTN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법적 대응을 할 걸로 본다"며 "일반적으로 법원은 정당의 사무에 관해선 판단을 잘 안 하지만, 당권과 관련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한다"고 인용 가능성을 높이 봤다.
다만 이 대표의 강경 대응은 '상처뿐인 버티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30% 선마저 붕괴된 데다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 역시 반등의 기회를 좀처럼 잡지 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당대표가 당을 상대로 법적 투쟁에 나서면 여권 갈등만 더 부각된다.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인용, 당대표를 사수한다 해도 윤 대통령 규정처럼 '내부 총질한 당대표'로 낙인이 찍히고 6개월 후 당무에 복귀해서도 식물대표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혹여 법원에서 가처분신청이 기각되면 정치적 복귀는 완전히 불가능해진다.
3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대전광역시 대전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2 국민의힘-충청권(대전·세종·충북·충남)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때문에 당 일각에선 이 대표에게 명예로운 퇴진의 길을 열어주자는 의견도 있다. 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이 대표의 법적 대응 예고에 대해선 저희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법적으로 해결하는 것보다는 소통을 통해 서로가 '윈윈'을 하는, 당이 빠른 시간 안에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방법, 이 대표가 명예롭게 사퇴하고 향후 정치적 진로를 계속할 수 있는 그런 방안을 찾는 게 필요하다"라면서 "우리 당에서 결정권을 갖고 있는 몇몇 분께는 이 대표의 명예로운 퇴진에 관해 말씀드린 적 있다"고 털어놨다.
'명예로운 퇴진'에 관해선 이 대표의 결단보다는 윤핵관이 어떤 회유책을 내밀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사퇴하는 대신 당원권 정지 징계를 경감 또는 철회하는 것, 조기 전당대회 도전을 보장하는 것, 윤핵관의 동반 2선 후퇴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 대표에겐 가처분신청을 하면서 끝까지 버티는 길, 자진 사퇴하는 길, 조기 전당대회에 자신의 정치적 대리인을 내세워 도전하는 길 등 세 가지가 있다"며 "무엇이든 쉽지 않은 길"이라고 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