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대회의실에서 열린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소명을 마친 후 회의실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8일 자신의 성접대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내려진 당 윤리위원회의 '당원권 6개월 정지' 처분에 대해 "징계 처분을 보류할 생각"이라고 했다. 또 "당대표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날 새벽 내려진 윤리위 징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수사 절차가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가 내려졌다는 것은 윤리위의 형평에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불복 의사를 강하게 드러냈다.
앞서 당 윤리위원회는 이날 새벽 이 대표에 '성접대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해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이 밝힌 징계 사유는 윤리위 규칙 제4조 1항 위반이다. 당원으로서의 예의를 지키고 사리에 맞게 행동해야 하며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다.
'윤리위 징계에 대한 대응방안'을 묻는 질문에 이 대표는 "징계 처분권 자체가 당 대표에게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 납득할 만한 상황이 아닌 경우 징계 처분을 보류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당 대표에서 물러날)그런 생각은 없다"고 했고 '자진사퇴를 고려하냐'는 질문에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당원권 정지가 확정되는 시기가 언제쯤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징계 처분권 자체가 당 대표에게 있기 때문에 그 처분이라는 게 납득 가능한 시점이 되면 당연히 받아들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가처분이라든지 재심이라든지 이런 상황을 판단해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징계 확정 시까지 최고위원회의 주재 등 대표직을 수행할 것이냐는 질문에 "어차피 최고위라는 것은 다음 주 월요일에 열게 돼 있다"며 "주말에 판단해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윤리위라는 조직이 운영되는데 (있어) 정치권에서 통용되던 관례는 수사기관이나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 (수사와 재판)결과에 따라 처분을 내리는 게 관례였다"며 "지금도 저희 당 출신 의원들이나 이런 분들은 대법원 판결을 받아가지고 처분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것은 제쳐놓고 제 것만 빼서 수사 절차도 안 된 것을 판단한 것 그 자체로 의아하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과 지난 5일 이 대표에게 성접대를 한 것으로 의심 받는 핵심 참고인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를 조사했지만 구체적인 수사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결국 품위유지 위반인데, 그렇다면 당에 끼친 손해가 무엇인지를 객관화해야 한다. 선거 두 번 이겼는데 품위유지를 잘못해 당에 손해를 끼친 게 무엇인지 듣지 못했다"며 "굉장히 이례적인 윤리위원회 절차"라고 비판했다.
윤리위가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이 대표의 소명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한 데 대해서는 "윤리위가 (수사기관이 해야 하는 사법적 판단을)대행해서 '믿을 수 있다', '믿기 어렵다'라고 하면, 확률적으로 믿기 어려우면 허위사실이 되는가"라며 "윤리위가 굉장히 표현을 잘못했다. 믿기 어렵기 때문에 징계를 한다는 것은 자의적"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교사에 대해 믿기 어렵다는 것으로 처분 사유가 된다면 굉장히 나쁜 선례가 되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앞으로 유튜브 채널에서 계속 의혹을 제기하고, 그럴듯한 이야기로 믿어진다면 징계를 할 것인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경찰 수사결과 혐의가 없다고 나온다면)윤리위는 이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할 지 의아하다"며 "형식적으로 문제가 없는 사안으로 당 대표를 중징계한 사안이라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윤리위의 판단은 경찰 조사에도 작용을 줄 수 있다"며 "위험한 판단이었다"고 재차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전날 자신의 윤리위 출석 전 윤리위 배후에 '윗선'이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데 대해서는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할 상황을 윤리위가 고려하지 않고 빠르게 판단한 것이 의아하다"고 했다. '윗선'의 신원에 대해서는 "보도를 보자마자 식별할 수 있었다"면서도 "그걸 확정 지어서 말하긴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전날 JTBC는 이 대표의 성접대 의혹을 폭로한 배경에 특정 정치인이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음성파일을 입수해 보도했다.
이 대표는 이번 윤리위에 영향을 준 세력과 관련해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이라고 분류되는 분들은 굉장히 신나서 얘기를 많이 하시더라"면서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라는 것이 등장하는 그런 개연성은 아직 전혀 모르겠다"고 했다. '윤리위원 중에서도 윤핵관이 심은 사람들이 있느냐'는 질문엔 "그렇게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유상범 의원이 '범윤핵관'으로 분류될 수 있는 분이니까 그렇게 할 수 있지만 그게 영향을 절대적으로 미쳤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본인의 실각을 전제로 조기 전당대회 등 새 지도부 구성이 추진되는 것에 대해선 "압박은 많을 것"이라며 "그것이 현실화된다고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맞섰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안철수 당 대표-장제원 사무총장 주장에 대해선 "당내에서는 그런 기획이 있다는 얘기도 나오기는 했지만 그거야 한 번 찍어 먹어봐야 아는 것"이라고 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