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지난해 12월 숨진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지시에 따라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자료를 삭제했다는 공사 직원의 진술이 법정에서 나왔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의 공판에는 공사 개발2팀장인 한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한씨는 대장동 개발 사업 진행 당시 1팀장을 맡으며 실무를 담당한 직원이다.
이날 검찰은 한씨에게 “지난해 9월 증인이 사용하던 컴퓨터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에 관한 자료를 삭제했느냐”고 물었다. 한씨는 삭제한 적이 있다며,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답했다.
검찰이 재차 “누구의 지시를 받아 삭제했느냐”고 추궁하자 한씨는 고 김 처장의 지시를 받았다고 답했다. 한씨는 “김 처장이 불필요한 자료를 지우라고 했다”며 “폴더를 삭제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이에 검찰은 “김 처장이 지시할 때 유 전 본부장이나 정 변호사가 문제될 수 있으니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느냐”고 질문했다. 한씨는 “그렇지는 않았다”며 “컴퓨터에서는 지웠지만 외장하드에 별도로 보관했다”고 대답했다.
검찰은 한씨가 자료를 삭제할 당시는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이 언론보도 등으로 문제되던 시점이었다며 관련 수사가 진행될 수 있는데 자료를 삭제한 건 적절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씨는 “자료 중 불법적이나 부적절한 내용이 있어 지운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이어진 반대신문에서도 자료 삭제 당시 상황에 관한 문답이 오갔다.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김 처장의 지시를 받을 때, 김 처장 본인 단독 판단에 따른 지시인지 아니면 검찰의 의심처럼 유 전 본부장이나 다른 간부, 외부의 인물이 김 처장에게 삭제를 지시했는지 어떤 느낌을 받았느냐”고 물었다. 한씨는 “독단 지시인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숨진 김 처장은 지난해 초까지 대장동 개발의 실무 책임을 담당했다. 김 처장은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당시 평가위원으로도 참여했다. 또 성남의뜰에서 공사 몫의 사외이사를 맡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공사 사무실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김 처장은 공사가 공모사업 지침서와 사업협약서에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은 배경에 관해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과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유 전 본부장은 김씨 등 민간 사업자들에게서 3억52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하고 이들이 막대한 개발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사업 이익 중 700억원 가량도 받기로 약속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