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자진 사퇴하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도 사퇴 압박에 직면했다. '아빠 찬스' 논란에 휩싸였던 김 후보자가 사퇴한 이날은 공교롭게도 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예정됐다. 정 후보자를 향한 핵심 논란도 아빠 찬스다. 병원장 신분을 이용, 두 자녀의 의대 편입학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국 시즌2'라는 말까지 듣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청문회 내내 정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힘도 여론을 의식한 듯 정 후보자 엄호에 신중한 모양새를 취했다.
김인철 후보자는 이날 오전 입장문을 발표하고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국민께 되돌려드리고 싶었지만 많이 부족했다"면서 후보직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어떤 해명도 변명도 하지 않겠다"면서 "모두 제 불찰이고 잘못"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또 "저를 믿고 중책을 맡겨주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께 죄송한 마음"이라며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멀리서나마 응원하겠다"고 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 사과와 양해의 말씀을 드린다"며 재차 사과했다. 김 후보자는 윤석열정부 1기 내각에서 첫 낙마자가 됐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이 마련된 서울시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 앞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후보자는 지난달 13일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된 후 줄곧 아빠 찬스 의혹을 받았다. 김 후보자의 가족 4명 모두 풀브라이트(Fulbright) 장학금을 받았는데, 자녀들의 장학생 선발 시기는 김 후보자가 한국 풀브라이트 동문회장을 역임하고 한미교육문화재단 감사를 맡은 때와 겹친다. 김 후보자가 한국외국어대 총장으로 재임할 당시 처신도 문제가 됐다. 법인카드 쪼개기 결제, 성폭력 교수 옹호 논란, 제자 논문표절 의혹 등이 연이어 제기됐다. 김 후보자의 사의 표명은 정 후보자 청문회에까지 영향을 줬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와 정 후보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반드시 낙마시키겠다고 벼르던 차였다.
정 후보자의 경우 2016년과 2017년 경북대병원 부원장과 원장 재임 시절 아들과 딸이 경북대 의대로 편입했는데, 이 과정에서 전형·면접 등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아들은 정 후보자가 병원장일 때 신설된 특별전형으로 편입학했다. 아울러 아들은 2015년 11월 병역판정 신체검사에서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인 4급 판정을 받아 공익요원으로 근무했다. 그런데 당시 아들이 병무청에 제출한 병무진단서는 정 후보자가 부원장으로 있는 경북대병원에서 발급된 것으로 확인, 병역 비리 의혹이 추가됐다. 정 후보자의 아들은 4급 판정을 받은 뒤 치료 대신 가족과 일본 여행을 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아들의 논문 표절 △처조카의 경북대병원 간호사 채용 △새마을금고 이사장 등 타 기관 겸직 △병원장 재임 시절 병원 적자 △업무추진비 과다 사용 △법인 카드 부적절 사용 △코로나19 대응 부족 등의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러다 보니 정 후보자에 대해 '조국 시즌2', '의혹 백화점'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심지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사퇴론이 불거졌다. 하태경 의원과 김용태 청년최고위원 등 소장파는 "많은 국민께선 위법 행위를 했냐, 안 했느냐가 아니라 정 후보자의 경북대병원장 재직 시절에 두 자녀가 그 병원에 연관된 의대에 편입을 한 것만으로도 이해충돌의 의혹이 있다고 생각하신다"면서 공개적으로 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정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경우 조국 사태에서 확인했던 민심 이반이 6월 지방선거에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선 김 후보자가 자진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정 후보자에 대한 사퇴 촉구도 한층 힘을 얻게 됐다. 민주당은 정 후보자 청문회 시작부터 자료제출 미흡을 질타, '고발'까지 주장했다. 신현영 의원은 "정 후보자는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에 관한 서류, 아들의 병역 의혹을 검증하기 위한 MRI 영상자료 등 핵심자료가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제출되지 않았다"며 "법률에 따라 고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민정 의원도 "자료를 내지 않는다면 무엇인가 숨기고 싶은 것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고 정 후보자를 압박했다.
민주당은 정 후보자에게 사퇴도 촉구했다. 김성주 의원은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의료계 반응을 보면서 자진 사퇴할 생각이 없냐'고 지적했고, 강병원·고민정·고용인·신현영 의원 등도 한목소리로 사퇴를 주장했다. 민주당은 정 후보자에 대해 "요즘 제일 핫한 분", "부적격 후보자를 상대로 청문회를 하는 것도 힘들다"며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정 후보자는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안타깝고 송구스럽다"면서도 끝내 '사퇴'라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정 후보자는 오히려 "제기된 의혹에도 불구하고 도덕적·윤리적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저에게 지워진 의혹을 씻기 위해 이 자리까지 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스스로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정과 상식 가치에 부합하는 인선이라고 자평했다.
국민의힘은 여론을 의식해 정 후보자를 적극 엄호하기보다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습이었다. 해당 상임위인 보건복지위 국민의힘 간사인 강기윤 의원은 "도덕적 검증은 필요하지만, 아직 죄인이 아니다"라면서도 "후보자의 자녀 두 분이 왜 하필 경북대 의대에 편입했을까. 굉장히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정서상 (아빠)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김미애 의원도 "정 후보자의 행동엔 위법이나 적극적 위조가 없어 보인다"면서도 "장관은 훨씬 더 많은 도덕성이 요구된다"고 했다.
다만 오후 청문회에선 정 후보자의 답변과 국민의힘 기류가 다소 변했다. 방어적으로 답변하던 정 후보자가 "저는 (의혹이 사실이라고)나온 게 없는데, 제가 왜 다른 분(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비교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거나 "저는 윤석열 당선인의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는 인선"이라고 말하는 등 민주당의 사퇴 촉구에 불쾌감을 표시하며 맞섰다. 정 후보자는 조국 전 장관 딸 조민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저와는 관계가 없는 부분"이라고 답변을 거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정 후보자를 적극 옹호했다. 그는 "문재인정부도 30명이 넘는 국무위원을 야당의 동의 없이 국민들의 반대 목소리를 무시하고 임명했지 않냐"면서 "조 전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위조 표창장이 제시됐고 (정 후보자와)똑같이 판단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 후보자에 대해선 확실한 근거 없이 의혹을 갖고 (여론을)증폭시킨 면이 상당히 있다"며 "국민 감정만 자극해 의혹을 확대한다"고 반박했다. 정 후보자는 윤석열 당선인의 40년 지기로 알려져 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