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인수위 제공)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승부수를 던졌다. 실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결국 기댈 건 여론 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더 이상 민주당에 밀렸다가는 국정운영의 동력조차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윤 당선인으로 하여금 '국민투표'를 꺼내게 만들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민주당 주도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의 국회 처리가 기정사실화되자 '국민투표'를 윤 당선인에게 제안하겠다고 했다. 당장 법조계는 의아함을 드러냈다. 2014년 7월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효력을 잃어 실현 가능성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도 검수완박 법안 찬반을 6·1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고육지책으로 나온 아이디어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언급한 것 또한 같은 이유에서다. 권 원내대표는 28일 0시를 기해 국회 본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워낙 민주당이 국민 뜻과 배치되게 검수완박법을 밀어붙이니까 '그렇게 자신 있으면 국민투표에 부쳐서 국민의 뜻이 어딨는지 제대로 물어보자'라는 차원에서 나온 아이디어 아닌가"라고 했다. 당 차원에서 국민투표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할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로 한 번 상의해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어려운 현실을 뒤집고 막상 실현돼도 윤 당선인으로서는 걱정이 앞선다. 국민투표에 부쳤다가 찬성으로 여론이 모아질 경우 새정부 출범과 함께 국정 동력을 아예 상실할 수 있다. 특히 민주당이 이를 재신임과 결부시킬 경우 진영갈등이 재연될 수도 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찬반을 주민투표에 부치는 무리수 끝에 시장 직을 잃어야 했다. 그가 다시 서울시장으로 돌아오기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윤 당선인 측이 국민투표를 들고 나온 건 지지층 결집을 꾀하는 동시에 여론전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6·1 지방선거까지 검수완박 법안을 논쟁거리로 남겨두는 게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에 불리하지 않다는 정치적인 판단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입법이 국민투표 대상이 되느냐는 이의 제기는 꾸준했다. 개별 법률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하는 선례를 남기면 논란이 되는 법안은 모두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미스라는 비판도 나온다. 벼랑끝 묘수였다는 반론도 있다. 171석의 제1당인 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검수완박에서 힘없이 밀릴 경우 인사청문회, 정부조직 개편 등 줄줄이 민주당의 벽에 가로막힐 수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국민투표 카드를 6·1 지방선거와 연계해 제2의 심판론을 띄우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의 법안 강행은 입법 폭주이자 새정부 발목잡기로 규정하고 지방선거에서 새정부에 힘을 모아줄 것을 호소할 수 있다. 특히 위장탈당과 회기 쪼개기 등 민주당의 편법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에 주목, 여론을 등에 업고 민주당을 견제한다는 계획이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이날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법적으로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저희가 막을 수 있는 힘은 없다"며 "국민의 힘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론전에 집중하겠다는 의미였다.
한편 민주당은 국민투표에 대해 "초헌법적 발상"이라며 "대통령 집무실 이전도 국민투표하자"고 맞불을 놨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고 평가절하했고, 박주민 의원은 "국민의힘은 검찰개혁 관련 입법과정 자체가 본인들에게 정치적으로 크게 불리하다고 보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