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내년부터 보험사에 새로운 회계제도가 적용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제도 안착을 위해 안간힘이다. 보험사별로 제도 도입을 위한 준비 상태 및 대응 수준 등에 차이가 커 선제적 대응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역시 새 회계제도 도입을 앞두고 잰걸음인 가운데, 당국은 실무협의체 운영 등을 통해 면밀히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5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 보험사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및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된다. IFRS17이 도입되면 보험부채 기준이 원가(보험 가입 시점 기준)에서 시가(현재가치)로 변경된다. 여기에 맞춰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지표도 K-ICS로 개편된다. 평가 기준이 바뀌면서 보험사의 부채가 늘어날 수 있다. 부채가 늘면 보험사의 자본건전성 기준인 지급여력비율(RBC)이 낮아질 수 있다. 보험사 재무건전성 지표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이유로 제도 안착을 위해 서두르고 있다. 보험사들 역시 자본건전성 우려가 커지면서 당국에 도움을 요청한 상태다. 주요 보험사들은 지난달 24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새 회계제도 도입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직접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보험사들은 내년에 IFRS17 도입을 위해서 자본 확충을 해야 하는데, 자본 확충 과정에서 금리 상승으로 조달금리가 높아지고 보유 채권 평가손이 발생하는 상충 효과가 있어 감독당국의 탄력적인 감독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국은 우선 보험회사 신(新)제도 지원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기존까지는 보험사가 새 회계제도에 대해 질의사항 또는 건의사항을 문의해 오면 수시로 답변해주는 방식을 제공해 왔다. 하지만 새 제도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의 요청사항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무협의체를 구성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사별로 새 제도 도입을 위한 준비 상태와 대응 수준에 차이가 크고, 새로운 이슈 등에 대한 논의를 준비하기 위해 실무협의체 운영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실무협의체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회계기준원·보험연구원·보험개발원 등 유관기관, 회계법인, 생·손보협회 등 보험업계 등 실무전문가로 구성했다. 지난달 30일부터 내년 결산완료 시점까지 매 분기별로 실무협의체 회의를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협의체는 새 제도 관련 진행 상황에 대한 신속한 전달체계를 구축해 생·손보협회 등을 통해 전 보험사에 관련 현안사항을 안내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도 새 재무건전성 평가 제도에 대응하기 위해 자본 확충에 분주하다. 실제 주요 보험사들은 올해 들어 2조원 이상의 자본 확충에 나섰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말 3000억~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 발행을 결정했고 NH농협생명도 5년 만에 후순위채권 6000억원을 발행했다. 이밖에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도 지난해 후순위채권을 발행했다.
금융당국은 선제적인 자본 확충을 통한 리스크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더불어 앞으로 업계의 요청사항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무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앞으로도 IFRS17과 K-ICS 시행에 따른 영향 분석과 업계 준비 현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며 "보험사의 준비와 대응에 어려움이 없도록 다각도로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서울에서 생명보험사 CEO 간담회를 열고 업계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